이재용, 3나노 양산으로 ‘뉴삼성’ 본격 시동…고객·수율 확보는 숙제

중앙일보

입력 2022.07.02 06:00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대내외적 기술 리더십 위기설에 휩싸였던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알리며 뉴삼성으로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가석방 이후 대외 활동이 많지 않던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은 최근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지난달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기술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3나노 양산이 이 부회장의 일성인 기술경영의 첫 결실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GAA 기술은 반도체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를 활용한 것이다. 게이트의 위와 양옆 등 3개 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하고, 전력 효율을 높여준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채널이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 형태인 다중가교채널 트랜지스터(MBCFET) GAA 구조를 공정에 적용했다.

업계 선두 TSMC 잡을 차세대 기술 실현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와 인프라 총괄 주역들이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와 인프라 총괄 주역들이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MBCFET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절감하면서 성능을 23% 향상한다. 면적도 35%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HPC)용 시스템 반도체를 시작으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 이 공정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GAA 기반 3나노 반도체 생산은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업계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의 경우 3나노는 핀펫 방식으로 생산하고, 2025년 상반기 2나노 공정에 GAA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출범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11년 업계 최초로 32나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 양산에 성공한 이후로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2015년), 10나노 핀펫 공정 양산(2016년), 극자외선 기반 7나노 공정 제품 출하 등의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6.3%로 1위인 TSMC(53.6%)와 차가 크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5년 동안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한다면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한국에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사업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019년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2030년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했었다.

3나노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부터 3나노 매출이 발생해 2024년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설 것이며 2025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 평택 3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며 미국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에 더해 이 부회장의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로는 3나노 제품 수율과 고객사 확보가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20년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 추도사에 나온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1993년 그룹의 주요 임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처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한 지 29년 만에 이 부회장이 들고 나온 기술경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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