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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 날 분란만" 이준석 응원하던 '국힘 게시판' 변했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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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0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방문하기에 앞서 월성원전 홍보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0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방문하기에 앞서 월성원전 홍보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당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도 최강욱 민주당 의원 징계 결정이 나오자 “징계를 철회하라”는 글로 도배가 된 것을 비롯, 주요 고비 때마다 당원 게시판은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통로로 활용됐다. 때론 너무 ‘활발한 논의’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지경이 되자, 지난해 12월 당 대선 경선이 끝난 뒤 게시판을 잠시 닫기도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 ‘할 말 있어요’는 조용한 편이었다. 당 내에선 국민의힘 당원의 연령대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게시판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봤다. 또 당원 인증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게 한 게 오히려 당원들의 참여 동기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게시판도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닥을 쳤던 당 지지율이 다시 높아지면서 당 게시판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당 대선 경선 땐 당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등을 응원하는 글이 넘쳤다.

국민의힘 '할 말 있어요' 게시판 30일 모습. 캡처

국민의힘 '할 말 있어요' 게시판 30일 모습. 캡처

이후 당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마다 게시판은 관련 정치인들을 성토하는 글로 가득 찼다. 대선 땐 이준석 당 대표가 윤석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 대표 사퇴하라”와 “윤 후보 교체하자”는 여론이 맞붙었다. 윤석열 캠프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하자 가장 격렬한 반발이 나온 곳도 당 게시판이었다.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지난 30일 게시판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거론하며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정당의 대표란 갈등과 분열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지, (대표) 본인이 허구한 날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하나 때문에 보수정치가 퇴행한다”, “이 대표는 정치하기 전에 품성부터 기르라” 등의 글도 있었다. “윤핵관 하는 짓이 일진회와 다를 바 없다”는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쪽을 비판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당 게시판 분위기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이 대표가 기존 윤석열 캠프 내부 인사들을 ‘파리떼’, ‘하이에나’에 빗대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때 게시판에 자주 눈에 띄었던 주장이 “당원소환제를 통해 이 대표를 끌어내리자”였다.

원래 당 게시판이 이 대표에 비판적인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게시판은 그를 응원하는 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했는데 이 대표에게 희망을 봐서 복당하려고 한다”고 썼다. 다른 네티즌은 “이 대표는 중심을 잘 잡고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는 애정어린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합동 선거운동을 펼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합동 선거운동을 펼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에 대한 게시판 여론이 바뀐 데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37세 0선 당 대표를 향한 기대감이 컸는데, 결국 이 대표가 보여준 건 ‘자기 정치’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은 이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자기 중심적인 정치를 했고,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더 갈등을 만들었다. 그게 50대 이상 당원이 중심인 정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평상시에는 대표가 당 권력의 정점에 있지만, 대선 땐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는다. 이 대표가 윤석열 당시 후보와 갈등을 빚으면서 불편해하는 당원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당이 ‘친윤’(친 윤석열)으로 빠르게 재편됐는데, 이 대표가 윤 후보 또는 윤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나서다보니 당원이 느끼는 피로가 커졌다”고 말했다.

당 게시판 이용자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젊은 당원들이 전당대회 뒤에 당 게시판에서 꽤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다 ‘펨코’(에프엠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대표에 우호적인 여론이 당 게시판에서 사라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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