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이어 맥도날드·KFC까지, 패스트푸드 줄매각 왜?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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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15면

M&A의 세계 

2017년 ‘파운더(The Founder)’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된 적이 있다. 1948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햄버거를 패스트푸드 형태로 처음 선보인 맥도날드의 창업 초기를 다룬 작품이다. 가게 주인이던 맥도날드 형제에게 밀크 쉐이크 기계를 팔러 갔던 세일즈맨 레이 크룩(마이클 키튼 분)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맥도날드에 매료돼 사업권을 인수한다.

이후 레이가 프렌차이즈 방식을 활용해 맥도날드 제국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그가 맥도날드의 진정한 창업자로 평가받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레이가 맥도날드 사업의 본질을 깨달은 후, 그 본질을 더욱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재무 전문가가 회사의 장부를 검토한 후 레이 크룩에게 던진 말은, 그 본질이 무엇인지 잘 함축하고 있다. “당신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당신은 버거를 파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햄버거 회사의 창업자 이야기를 다룬 몇 년 전 영화를 갑작스럽게 소환한 이유는,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패스트푸드 관련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거킹에 이어 맥도날드와 KFC의 매각이 최근 공식화한 상황이고, 여기에 국산 브랜드인 맘스터치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롯데리아를 제외한 국내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모두 시장에 나와 있는 셈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가장 먼저 매각이 공식화된 버거킹의 경우, 사모펀드인 어피니티(AEP)가 2016년 인수해 운영해 왔다. 2015년 약 2800억원 수준이던 버거킹의 매출액은 지난해 약 6786억원까지 성장했고, 매장 수도 약 240여 개에서 약 440여 개로 크게 늘었다. 매장 수를 기준으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맥도날드를 추월한 상태다. 이렇게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루어낸 버거킹이 다시 매물로 나온 이유는, 사모펀드의 평균적인 투자 회수 기간인 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소한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기도 전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불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버거킹이 빠르게 시장 입지를 확대하는 동안 주춤했던 맥도날드도, 최근 자문사를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준비를 시작했다. 2016년에 한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그 뒤로 맥도날드는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2016년 9월 맥도날드에서 불고기버거를 먹은 한 어린이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른바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이목을 끈 것이 대표적인 예다.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몇 년간 지속적으로 맥도날드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매각의 걸림돌이라고 여겨졌던 낮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단행한 가격 인상 및 인기 상품 폐지 등의 정책들이 실패하면서 많은 충성 고객을 잃기도 했다. 거기에 버거킹에게 매장 수까지 추월당하자, 본사가 직접 경영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다시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고 있는 영업적자를 직접 감당하는 것보다,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갈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KFC의 상황은 또 전혀 다르다. 2017년 KG그룹에 인수될 당시 KFC의 상황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국내 치킨 시장의 경쟁이 극한에 이른 상황에서 제품이나 마케팅에서 핵심 경쟁력을 잃었다 평가받기도 했다. 더구나 치킨 버거를 전면에 내세운 국산 브랜드 맘스터치가 무섭게 가맹점을 늘리면서, 직영점만 운영하는 KFC의 성장은 확연히 정체된 상황이였다. 새 주인이 된 KG그룹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2017년 약 1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KFC를, 지난해 약 5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바꿔 놓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KFC가 그룹의 핵심 사업 영역과 거리가 멀고, 획기적으로 시장 내 입지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9년 11월에 사모펀드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인수되었던 맘스터치는, 올해 초 상장 폐지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매각이 기정사실화한 경우다. 2019년 약 1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90억원으로 급등했고, 현재 약 1350개의 매장을 운용하며 1위였던 롯데리아를 제쳤다는 점에서 성공적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성장이나 수익성의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매각의 관건이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꺼번에 쏟아진 매물들이 어떻게 소화될 것인지는, 현시점에선 속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오프닝이라는 막강한 순풍과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상승이라는 역풍도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변수들은 물론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는 외부 변수들까지 고려한 해답이 명확해야만 성공적인 거래로 이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영화 ‘파운더’에서 레이가 뒤늦게 깨달은 맥도날드 사업의 본질이란, ‘맥도날드 매장 자체의 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가맹점주에게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또 새로운 매장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국내에 패스트푸드 매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현 대주주가 회사를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 학사, 듀크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다. 2005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 설립 당시 창업 멤버로 합류한 뒤 2018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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