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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판이 바뀐다]“임금발 인플레 심해지면, 닷컴 버블 때처럼 대량 해고 부를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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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10면

SPECIAL REPORT 

김동원 교수

김동원 교수

최근 국내외를 뒤흔들고 있는 ‘임금발 인플레이션’(일손 부족→임금 인상→물가 상승) 우려는 단순히 정부 정책이나 기업들만 들여다본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임금을 받는 당사자인 근로자들과 노동시장 상황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노사’의 문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를 지적하며 정부가 노사 양쪽을 고려한 적정선의 나침반을 제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원하는 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ILERA)의 17대 회장 등을 역임한 고용·노동 전문가다.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다.
“세계적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때문이다. 또 팬데믹을 계기로 테크(기술) 기업들이 급성장해 한국만 봐도 삼성전자를 뒤로 하고 네이버·카카오가 고(高)임금의 선호 직장으로 떠올랐다. 연봉을 단번에 10% 올려줘도 근로자들이 만족 못 하는 상황이 됐다.”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이 특히 심각한데.
“팬데믹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국으로 귀환해 다른 일을 찾는 경우가 급증했다. 내국인 대부분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에서 일하길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이들의 이탈은 가뜩이나 인력 충원이 쉽지 않던 중소기업들에 한층 치명적이다.”
결국 파격적 임금 인상이 답인가.
“적정선의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넘어선 무리한 인상 요구가 계속되면 근로자들의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이미 테크 기업 중 일부는 경영이 악화됐다. 인건비 부담이 거세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규모의 인력 해고를 염두에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로 수년간 실직 사례가 급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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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국내외 주요 테크 기업들은 꼭 필요한 개발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부터 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메타, 트위터, 우버 등 해외 정보기술 기업은 이미 올해 엔지니어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규 사업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공격적 채용 정책 유지의 필요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1100여 명의 신규 채용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경력직 중심으로 채용 기조를 바꾸는 한편 규모도 500~700명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임금발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는.
“꽤 오래갈 것 같다. 팬데믹이 일으킨 폭발적인 유동성 공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른 원유·원자재 가격 폭등, 여기에 글로벌 노동계의 분위기 변화까지 세 가지 요인이 겹쳤다. 전쟁도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복합적 문제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그래도 적정선의 나침반은 제시해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어느 한쪽만 보지 말고 중용(中庸)을 지키면서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일부 극렬 노동계가 계속해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텐데, 이 때문에 일반 노동계와 과잉 갈등을 빚는 일이 없도록 조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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