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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인사 논란, 당 내홍, 지지율 하락…악재 많은 윤 대통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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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04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일 낮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일 낮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국내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 파악을 해보고 답변하기로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공군 1호기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내 기자간담회를 연 윤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의 의미와 성과를 길게 설명하던 중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넘긴 뒤 다시 정상회의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실제로 이날 귀국한 윤 대통령 앞엔 만만찮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인사부터가 그렇다. 윤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에서 받은 국내 현안 질문도 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역시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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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자 모두 국회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재송부 기한(지난달 29일)이 이미 지난 상태다. 윤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언제든 임명 가능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김승희 카드’를 강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박 후보자도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여론이 안 좋다. 대통령이 고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인사권자의 고독한 결단만 남은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등 전 정부 인사들 거취 문제를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도 관심사다.

민생 이슈는 더 만만찮다. 물가·금리·환율이 뛰고 가계 부채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강하게 느끼고 있다.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의 많은 국가가 우리 원전과 방산 분야에 관심이 상당히 있었다”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한 걸 두고도 그만큼 국내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당분간은 경제에 모든 걸 다 던질 태세”라고 전했다. 또 다른 참모도 “우리가 직면한 경제 문제는 글로벌 이슈이기도 해서 당장 뾰족한 수를 내긴 어렵다”며 “일단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는 19~20일 방한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 양국 경제·금융 협력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홍도 골칫거리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의 공개 충돌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내에선 ‘윤심’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전날 친윤계인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임한 것을 두고도 윤 대통령의 ‘손절’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가운데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3%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조사(47%)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뒤 53%→49%→47%→43%로 3주 연속 떨어지면서 한 달 새 10%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2%로 전주(38%)에 비해 4%포인트 상승하면서 다른 몇몇 여론조사에 이어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데드 크로스’를 눈앞에 두게 됐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18%)와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이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인사 문제를 지적한 비율은 전주에 비해 5%포인트 늘었다. 김 후보자와 박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쏟아진 부정적 뉴스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안까지 발표되며 민생 문제가 집중 부각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는데도 이처럼 다른 악재가 많다 보니 ‘순방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지지율이 올라가곤 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순방 효과가 없는 건지, 아직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건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계속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건 그만큼 다른 악재가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중도층과 무당층에서의 지지율 하락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정 진영이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권자들인 만큼 이들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른다는 건 간단찮은 흐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한 주 사이에 42%에서 37%로 5%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은 “6월 첫째·둘째 주 중도층의 긍정률은 약 50%, 부정률은 30%대 중반이었는데 이번 주는 각각 37%와 46%가 됐다”며 “무당층도 6월 초 긍정률과 부정률이 모두 30%대 중반으로 비슷했는데 지난주부터 20%대 중반과 40%대 중반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지방선거 이후 45%→43%→42%에 이어 이날 40%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거듭된 당 내홍이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여권 내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권 초기 국정 운영의 원동력이 돼야 할 여론의 뒷받침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개적으로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내부에선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보다 지지율이 더 빠지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런 상황이 지속돼 지지율이 더 떨어지게 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는 걱정이 당내에 적잖다”며 “대통령실과 당이 좀 더 소통하며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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