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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전기료 인상 초정밀 직격탄 맞아” 상인들 비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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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03면

경기도 고양 의 한 PC방의 일부 컴퓨터 전원이 꺼져 있다. 운영자 정대준(46)씨는 전기료 절감을 위해 좌석의 절반만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정대준]

경기도 고양 의 한 PC방의 일부 컴퓨터 전원이 꺼져 있다. 운영자 정대준(46)씨는 전기료 절감을 위해 좌석의 절반만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정대준]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선풍기를 들여놨어요. 그래도 잘한 선택인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민중(30대·가명)씨는 얼마 전 가게에 대형 선풍기를 설치했다. 전기료가 오른다는 소식에 가게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그는 말했다. 권씨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살 만해지나 싶더니, 전기료 인상이 덮쳤다”며 “본격 더위가 시작돼 에어컨을 안 틀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선풍기를 함께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춤하고 지난 4월 거리두기가 2년여 만에 해제되면서 매출이 회복세에 접어들던 자영업자들이 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우선 급격한 물가 상승. 지난 5월 소비자 물가는 5.4%나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1일 “6월 물가 상승률이 5월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원재료 비용이 급상승하자 자영업자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을 한다. 거기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거리의 사장님들은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까지, 희망고문이 이어지는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물가 인상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덮쳤다.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채모(57)씨는 “식재료로 사용하던 자연산 송이버섯을 못 쓴 지 오래”라고 했다. 가격이 최근 10배가 뛰었기 때문이다. 채씨는 “밀가루는 30%, 식용유는 40%가 올랐다. 손님이 늘어도 재료비가 워낙 올라 본전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24시간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아이스크림 한 통에 1만1000원이었는데 요새는 1만5000원을 받는다. 코로나 기간 진 빚을 청산하려고 했는데, 겨우 입에 풀칠 중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났지만 회복되지 않는 매출에 결국 가게를 내놨다는 자영업자도 나왔다. 서울 광진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홍모(59)씨는 “금세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안갯속이다.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 며칠 전 결국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신음은 이어지는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1일부터 동시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됐다. 기존보다 ㎾h당 5원 인상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PC방, 24시간 음식점 등의 업종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14년째 PC방을 운영한다는 정대준(46)씨는 “전기료를 아끼려고 총 120석 중에 반만 운영하고 있다. 에어컨도 그쪽에만 켜놓는다. 어떻게 보면 살려고 발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홍(35)씨는 “전기를 많이 쓰는 우리 PC방 업소는 (㎾h당 인상되는) 5원도 적은 돈이 아니다. 7월부터는 전기료만 30만원 이상 더 내야 할 것 같다”며 “코로나보다 전기료 인상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일산에서 24시간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저녁과 새벽에 전등을 최소한으로 켜놓고 있는데, 문 닫은 것으로 알고 지나치는 손님들이 더러 있더라”고 털어놨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 대표는 “코로나 기간 받았던 대출 부담은 이어지는데, 물가 인상에 한 번, 전기료 인상에 두 번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나 터질 것 같은 초정밀 직격탄을 제대로 맞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고물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올해까지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 교수는 또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허약체질이 된 자영업자들이 고물가로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며 “지출 구조 조정 등을 통해 나랏빚 부담을 키우지 않는 선에서 지원금을 늘리는 게 이상적이지만, 정부도 이미 돈을 많이 쓴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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