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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판이 바뀐다]팬데믹 풀리자 구인난, 노동시장 판이 바뀐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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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01면

SPECIAL REPORT 

구인난에 시급 1만원을 제시한 서울의 한 식당 구직 안내문. [연합뉴스]

구인난에 시급 1만원을 제시한 서울의 한 식당 구직 안내문. [연합뉴스]

빈 일자리 수 21만6000개.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던 노동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터널을 지나면서 ‘구인난’이라는 정반대 상황을 맞았다. 식당·카페는 물론 중소기업·대기업 할 것 없이 사람을 구하지 못했거나 잦은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13만7000개이던 빈 일자리 수는 올해 1분기 21만6000개로 확 늘었고, 기업들의 평균 미충원율은 2019년 하반기 11.1%에서 지난해 하반기엔 14.2%로 상승했다.

구직난이었던 노동시장의 판이 바뀐 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근로’가 가능한 일자리나 정보통신(IT) 산업이 급성장한 영향이 크다. 새벽배송 증가로 배달·택배 기사나 음식 배달 플랫폼 약진에 따른 배달 라이더 급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 이전 30만명 수준이던 배달 라이더는 지난해 42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귀향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택근무로 온라인 수요가 몰리면서 IT·반도체 기업의 개발자·전문인력은 귀한 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일자리가 갑자기 확 늘면서 곳곳에서 일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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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이후의 구인난은 글로벌 공급망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맞물려 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제시하고 있고,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에 가까이 임금을 올렸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5% 인상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고급 인력 확보와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나 더 나은 근무 조건 제시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임금 인상이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복합적 요인으로 촉발된 임금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가뜩이나 어려워진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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