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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의 녹색혁명···알고 보니 통일벼 피가 그 주역

중앙일보

입력

고운 우리말 사전에 나올법한 ‘해들’, ‘알찬미’, ‘해맑은’은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고품질 벼 품종 이름이다. ‘해들’과 ‘알찬미’는 국내 대표 브랜드 ‘임금님표이천쌀’의 원료곡인 ‘추청벼(아끼바레)’와 ‘고시히카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맞춤형 품종이다. ‘해맑은’은 ‘아산맑은쌀’의 원료곡으로 기존의 ‘삼광’ 품종을 대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품종은 농촌진흥청이 주도하는 ‘수여자 참여형 벼 품종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벼를 개발하기 위해 품종 육성의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의 지역전문가와 농업인들이 힘을 합쳤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해 온 ‘추청벼’는 사실은 일본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까지 외래 벼 품종 재배 면적을 국내 전체 벼 재배 면적의 약 1.5% 수준인 1만ha까지 줄인다는 정책목표를 세웠다. 올해 이천에서는 ‘해들’과 ‘알찬미’가 외래 품종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성공했고, 경기도 김포, 포천, 수원, 인천 강화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970년대 통일벼로 상징되는 녹색혁명을 달성한 우리나라의 벼 육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50여 년에 걸쳐 축적된 육종 기술과 인력, 육종 소재와 열정의 산물인 벼 품종 개발성과는 이제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선진 K-농업기술은 ‘해외 농업기술 개발 사업(KOPIA)’을 통해 ODA 사업으로 개발도상국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쌀 소비국이지만 식량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던 세네갈에 최근 ‘아프리카형 녹색혁명’의 훈풍이 불고 있다. 그 주역은 통일벼의 피를 물려받은 ‘이스리’라는 벼 품종이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회의체(KAFACI)’가 ‘아프리카 벼 연구소’ 등 3개 국제기구와 손잡고 만든 ‘이스리’는 세네갈에 희망의 전도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육종 인프라와 기술력이 아프리카와 손을 잡아 국제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식량은 한 국가나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녹색혁명의 달성으로 가난과 기아를 딛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얻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듯이 식량문제는 한 사회에 변혁을 가져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K-농업기술의 중요성과 확산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이다.

이제 K-농업기술은 벼 품종을 넘어 다양한 작물로 확대되고 있다. 2005년 9.2%에서 2021년 96.3%의 국산화율을 달성한 딸기를 선두주자로 채소, 과수, 버섯 등의 신품종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우리 품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K-농업기술의 전도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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