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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네車 운전석 젖혀져 있었다…블박만 아는 '그날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80m 떨어진 앞바다에서 조유나 양 가족이 탄 아우디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이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80m 떨어진 앞바다에서 조유나 양 가족이 탄 아우디 차량을 인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 "변속기 주차(P) 상태 등 경위 조사"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 가족이 한 달 만에 바닷속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사망을 둘러싼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경찰은 조양 가족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조양 가족이 탄 아우디 차량이 발견될 당시 운전석 의자가 완전히 뒤로 젖혀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1일 "발견 당시 차량 상태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망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조양 아버지가 운전석과 변속기 레버 등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조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변경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80m 떨어진 앞바다에서 조양 아버지(36) 소유의 아우디 A6 승용차를 건져 올렸다. 인양 당시 차량의 변속기 상태는 주차(P) 모드였다. 운전석에는 조양 아버지가 안전벨트를 맨 상태였고, 조양과 어머니 이모(35)씨는 뒷좌석에서 벨트를 매지 않은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30일 오후 11시쯤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 펜션에서 촬영된 CCTV에 조유나(10)양과 조양을 업은 어머니 이모(35)씨, 왼손에 비닐봉지를 든 아버지(36)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YTN 캡처

지난 5월 30일 오후 11시쯤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해수욕장 인근 펜션에서 촬영된 CCTV에 조유나(10)양과 조양을 업은 어머니 이모(35)씨, 왼손에 비닐봉지를 든 아버지(36)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YTN 캡처

주민들 "물 많이 들어오면 방파제 완전히 잠겨" 

인양 당시 차량 변속기가 주차(Parking) 상태였다고 알려지자 경찰 안팎에서는 차량 고장이나 의도치 않은 추락, 제삼자 개입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동차가 바다를 향해 돌진해 빠졌다면 변속기가 주행(Driving) 상태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석 의자가 뒤로 젖혀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조양 부모가 처음부터 방파제에 주차한 상태에서 차가 바닷물에 잠길 때까지 기다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조양 아버지가 차량을 몰고 바다로 돌진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뒤집는 가설이다.

실제 조양 부모는 실종되기 전 인터넷에서 '수면제', '방파제 추락 충격', '완도 물때'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30일 조양 가족이 마지막으로 머문 펜션 폐쇄회로TV(CCTV)에는 조양이 축 늘어진 채 어머니 등에 업혀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주민들도 "송곡항 방파제는 물이 많이 들어오면 바닷물에 완전히 잠긴다"고 했다. "조양네 차량이 방파제에 주차돼 있었다면 바닷물에 잠겨 조류에 휩쓸려 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조양 가족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5월 31일은 8물(여덟물) 사리 때로 물이 많이 들어오고 빠지던 시기였다. "물이 많이 들어오면 방파제 높은 지점은 바닥이 찰랑거릴 정도지만, 낮은 지점은 완전히 잠긴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조유나(10)양 가족 차량이 마지막으로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 길이 약 100m로 폭 5m(낮은 지점)와 7.5m(높은 지점) 규모의 길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직접 취재차량을 낮은 길로 몰아 주차해 본 결과 방파제 두 지점 간 높낮이는 일반 승용차 높이보다 컸고, 물때에 따라 방파제가 완전히 잠긴다고 한다. 안대훈 기자

조유나(10)양 가족 차량이 마지막으로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 길이 약 100m로 폭 5m(낮은 지점)와 7.5m(높은 지점) 규모의 길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직접 취재차량을 낮은 길로 몰아 주차해 본 결과 방파제 두 지점 간 높낮이는 일반 승용차 높이보다 컸고, 물때에 따라 방파제가 완전히 잠긴다고 한다. 안대훈 기자

범죄심리 전문가 "조씨가 주차 후 기다렸을 가능성" 

조양 가족 차량이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파제는 길이 약 100m로 폭 5m(낮은 지점)와 7.5m(높은 지점) 규모의 길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직접 취재 차량을 낮은 길로 몰아 주차해 본 결과 방파제 두 지점 간 높낮이 차이는 일반 승용차 높이보다 컸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운전석 의자가 젖혀져 있는 것을 보면 조양 아버지가 낮은 방파제 끝까지 가서 (차가 물에 잠기길) 기다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가 뒷좌석에서 잠든 상황에서 직접 차를 조작해 바다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조씨 부인과 유나양이 잠든 상태였을 것으로 보는 것은 뒷좌석에서 두드러진 탈출 시도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아무리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생존 욕구와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에 제정신으로 물에 들어가면 조양 어머니가 딸을 끌어안고 탈출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수면제 등 약물 복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란 화살표: 조유나양 가족 아우디 차량 발견 지점(가두리양식장 끝 부분), 주황 화살표: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 낮은 지점, 파란 화살표: 방파제 높은 지점, 빨간 화살표: 5월 31일 11시9분쯤 아우디 차량 마지막 모습이 CCTV에 찍힌 장소. 사진 네이버 지도

노란 화살표: 조유나양 가족 아우디 차량 발견 지점(가두리양식장 끝 부분), 주황 화살표: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 낮은 지점, 파란 화살표: 방파제 높은 지점, 빨간 화살표: 5월 31일 11시9분쯤 아우디 차량 마지막 모습이 CCTV에 찍힌 장소. 사진 네이버 지도

경찰 "조양母, 체험학습 전 수면제 처방받아" 

경찰은 아우디 차량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SD카드와 휴대전화 2대를 분석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이 복원되면 사망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차 안에서 발견된 약봉지를 바탕으로 조양 어머니가 지난 4월과 5월 한 차례씩 불면증 등을 이유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학교에 제주도로 체험학습(5월 19일~6월 15일)을 간다고 신청하기 전이다. 학교 측은 체험학습 기간이 끝났는데도 조양이 등교하지 않고 부모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달 2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날 "실종 학생(유나양)의 아버지가 지난해 3~6월 1억3000여만 원을 투자해 2000만 원가량의 손실이 있었고, 루나 코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양 부모가 실종 전 인터넷에서 '루나 코인'을 검색한 기록이 나와 경찰 안팎에서는 '코인(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찰은 조양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딸을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판매업을 하던 조양 아버지는 지난해 6월 폐업했고, 조양 어머니도 비슷한 시기 직장을 그만뒀다. 이들 부부는 카드 대금과 대출 등 1억 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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