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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보다 어려운 내치 직면…尹, 공군 1호기서 즉답 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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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국내 문제는 서울에 돌아가서 파악을 해보고 답변하기로 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공군 1호기 안에서 한 말이다.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윤 대통령은 첫 해외순방의 의미와 성과를 길게 설명하던 중,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성남공항으로 돌아오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성남공항으로 돌아오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귀국한 윤 대통령 앞엔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인사부터가 그렇다. 윤 대통령이 기내에서 받은 국내 현안 질문도 “선관위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며 역시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한 임명 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두 장관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6월 29일)이 이미 지났다. 윤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언제든 임명이 가능하지만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를 받게 된 마당에 김승희 카드를 강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박순애 후보자도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여론이 안 좋다. 대통령이 고심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인사권자의 고독한 결단만 남은 상황 아닌가 생각한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와 함께, 여권에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등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거취 문제를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도 관심사다.

 민생 이슈는 더 만만치가 않다. 물가·금리·환율이 뛰고 가계 부채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위기 의식은 누구보다 윤 대통령이 강하게 느끼고 있다. 6·1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은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있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에서 “유럽의 많은 국가가 우리 원전, 방산 분야에 관심이 상당히 있었다”고 세일즈 외교를 강조한 걸 두고도 그만큼 국내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당분간은 경제에 모든 걸 다 던질 태세”라고 전했다. 다른 참모도 익명을 전제로 “우리가 직면한 경제 문제는 글로벌 이슈이기도 해 당장 뾰족한 수를 내긴 어렵다”며 “일단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9~20일 방한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 양국의 경제·금융 협력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당인 국민의힘 내홍도 골칫거리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공개 충돌 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당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당내에선 ‘윤심(尹心)’이 어디쪽을 향하고 있느냐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날 친윤계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임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의 ‘손절’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출장길에 배웅을 나오지 않았던 이 대표가 이날 귀국 마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도열하고 있던 이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당 윤리위 징계 심의를 1주일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봐달라”며 “윤 대통령이 관련 입장을 이미 밝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 내분 상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다. 이날 지난 달 28∼30일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3%(부정 평가 42%)로 지난주 47%보다 4% 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3주 기준으로 보면 10%포인트가 빠졌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18%),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 등이 꼽혔다. 반면 긍정 평가 이유는 ‘결단력·추진력·뚝심’(6%), ‘국방·안보’(5%) 등이 거론됐다. 최근 발표되는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은 하락추세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개적으론 지지율에 일희일비를 안 한다곤 하지만, 사실 내부에선 지지율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며 “지금에서 지지율이 더 빠지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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