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두 광주 지역구 무소속 국회의원의 행보가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입한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은 국민의힘 특위에 합류했고, ‘위장 탈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의 복당 여부는 전당대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이별 풍경…비난받은 양향자와 찬사받은 민형배
두 사람이 떠난 계기는 정 반대다. 지난 4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던 때 민주당은 자당 출신인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에 보임했다.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돼 최장 90일간 논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의 의결 정족수(6명 중 4명 이상)를 친 민주당 인사(민주당 3인+야당 몫 한자리 양향자)로 채워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였다.
하지만 야당 몫 ‘알박기’로 들어간 양 의원은 돌연 “검수완박 반대”를 외치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양 의원은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졸속 검수완박은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양 의원은 “제 선택을 원망하는 몇몇 분들이 결혼식을 앞둔 딸을 해코지하겠다는 암시 문자를 보내왔다”(페이스북)고 하소연할 정도로 강성 당원들의 표적이 됐다.
이때 전격 탈당한 이가 민 의원이다. 법사위 소속이던 그가 스스로 무소속이 돼 야당 몫 조정위원이 됐다. 실제 4월 26일 열린 안건조정위에선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중재안이 조정위윈 6명 중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 등 4명의 찬성으로 8분 만에 통과됐다. 이후 본회의는 다수의 힘으로 손쉽게 통과됐다.
이에 민주당에선 “‘검수완박’ 통과를 위해 ‘탈당’이라는 자기희생을 보여준 민 의원의 결단을 높이 산다”(이용섭 당시 광주시장) 같은 찬사가 나왔고, 민 의원 본인도 “탈당은 바른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그 후 2개월…‘협치’의 길과 ‘복당’의 길
그 후 2개월여가 흘렀고 두 의원이 서 있는 곳은 극과 극이다. 양 의원은 “‘개딸’에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5월 페이스북), “민주당엔 염치ㆍ실력ㆍ민주가 없다”(6월 언론 인터뷰)며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다, 최근엔 국민의힘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 위원장까지 맡았다.
지난달 28일 첫 특위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은 그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여야 협치의 새로운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항간엔 국민의힘 입당설과 윤석열 정부 내각 합류설이 돌 정도로 여당과 호흡이 잘 맞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엔 아니꼬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양 의원과 가까웠던 호남 지역구 의원은 “민주당 인재로 들어와서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마뜩잖아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여야 협치 모델이 되겠다는데, 우리에게 그는 여당 사람이다. 여당 인사가 여당에서 일하는 게 왜 협치냐”라고 말했다. 다만 “유능한 영입 인재가 당을 등지고 떠난 데 대해선 우리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수도권 초선)는 반응도 있다.
민 의원은 그의 위장 탈당이 6ㆍ1 지방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수세에 있다. 8ㆍ28 전당대회를 앞두고 1970년대생 당권 주자들이 그의 복당에 공개 제동을 걸면서 신분 회복의 길도 멀어지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장 꼼수 탈당은 민주주의의 규범을 깨뜨리는 행위로 (복당을) 안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민 의원과 같은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ㆍ유정주 의원 정도가 “꼬리를 자르지 말라”며 복당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민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제 거취는 지도부에 맡긴다. 전당대회에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라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만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찬성한 법안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기 바란다. 복당 반대가 표가 될 거란 오판도 함께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에 지면서 그의 복당이 마치 쇄신의 잣대가 된 것 같다”며 “본인은 살신성인했다고 느끼겠지만, 당분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