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수완박' 민주당과 이별 2개월…양향자·민형배 극과극 운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두 광주 지역구 무소속 국회의원의 행보가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입한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은 국민의힘 특위에 합류했고, ‘위장 탈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의 복당 여부는 전당대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26일 민형배,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란히 앉은 모습. 뉴스1

지난 4월 26일 민형배,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란히 앉은 모습. 뉴스1

서로 다른 이별 풍경…비난받은 양향자와 찬사받은 민형배  

두 사람이 떠난 계기는 정 반대다. 지난 4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던 때 민주당은 자당 출신인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에 보임했다. 여야 3 대 3 동수로 구성돼 최장 90일간 논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의 의결 정족수(6명 중 4명 이상)를 친 민주당 인사(민주당 3인+야당 몫 한자리 양향자)로 채워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꼼수’였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하지만 야당 몫 ‘알박기’로 들어간 양 의원은 돌연 “검수완박 반대”를 외치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양 의원은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졸속 검수완박은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양 의원은 “제 선택을 원망하는 몇몇 분들이 결혼식을 앞둔 딸을 해코지하겠다는 암시 문자를 보내왔다”(페이스북)고 하소연할 정도로 강성 당원들의 표적이 됐다.

이때 전격 탈당한 이가 민 의원이다. 법사위 소속이던 그가 스스로 무소속이 돼 야당 몫 조정위원이 됐다. 실제 4월 26일 열린 안건조정위에선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중재안이 조정위윈 6명 중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 등 4명의 찬성으로 8분 만에 통과됐다. 이후 본회의는 다수의 힘으로 손쉽게 통과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이에 민주당에선 “‘검수완박’ 통과를 위해 ‘탈당’이라는 자기희생을 보여준 민 의원의 결단을 높이 산다”(이용섭 당시 광주시장) 같은 찬사가 나왔고, 민 의원 본인도 “탈당은 바른 선택”이라고 자부했다.

그 후 2개월…‘협치’의 길과 ‘복당’의 길

그 후 2개월여가 흘렀고 두 의원이 서 있는 곳은 극과 극이다. 양 의원은 “‘개딸’에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5월 페이스북), “민주당엔 염치ㆍ실력ㆍ민주가 없다”(6월 언론 인터뷰)며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다, 최근엔 국민의힘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 위원장까지 맡았다.

지난달 28일 첫 특위 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란히 앉은 그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여야 협치의 새로운 모델이 되겠다”고 말했다. 항간엔 국민의힘 입당설과 윤석열 정부 내각 합류설이 돌 정도로 여당과 호흡이 잘 맞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제1차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엔 아니꼬움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양 의원과 가까웠던 호남 지역구 의원은 “민주당 인재로 들어와서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마뜩잖아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여야 협치 모델이 되겠다는데, 우리에게 그는 여당 사람이다. 여당 인사가 여당에서 일하는 게 왜 협치냐”라고 말했다. 다만 “유능한 영입 인재가 당을 등지고 떠난 데 대해선 우리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수도권 초선)는 반응도 있다.

민 의원은 그의 위장 탈당이 6ㆍ1 지방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수세에 있다. 8ㆍ28 전당대회를 앞두고 1970년대생 당권 주자들이 그의 복당에 공개 제동을 걸면서 신분 회복의 길도 멀어지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장 꼼수 탈당은 민주주의의 규범을 깨뜨리는 행위로 (복당을) 안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민 의원과 같은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ㆍ유정주 의원 정도가 “꼬리를 자르지 말라”며 복당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2일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ㆍ윤영덕ㆍ김승원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임현동 기자

지난해 9월 2일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ㆍ윤영덕ㆍ김승원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임현동 기자

이런 상황이 되자 민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제 거취는 지도부에 맡긴다. 전당대회에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라지 않는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만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찬성한 법안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기 바란다. 복당 반대가 표가 될 거란 오판도 함께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에 지면서 그의 복당이 마치 쇄신의 잣대가 된 것 같다”며 “본인은 살신성인했다고 느끼겠지만, 당분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면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