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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에 6~8캔…요즘 혼술족, 맥주도 아닌 맥주맛에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주가인 박모(42)씨는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신다. 지인들과 모임을 가질 때면 늘 마무리는 수제맥주를 마시곤 한다. 한 잔에 8000~1만2000원으로 비싸지만 진한 향과 맛이 좋아서다. 대신 박씨는 평소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길 때는 발포주를 자주 마신다. 맥주와 알코올 도수는 같지만, 값이 저렴해서다.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면 4캔에 1만원을 줘야 하지만, 발포주는 6~8캔에 1만원이다. 박씨는 “아주 맛있는 고급 맥주를 먹지 않을 바에야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며 “음료처럼 혼자 마시는 맥줏값을 아껴서 맛있는 맥주를 사 먹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발포주 오엠지.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발포주 오엠지. [사진 오비맥주]

‘가짜 맥주’로 불리던 발포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매력이 커진 데다 주류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여기에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젊은 층이 즐겨 찾으며 ‘가성비 맥주’ ‘젊은 맥주’라는 인식이 퍼졌다.

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3600억원으로 2019년보다 80% 늘었다. 같은 기간 맥주 시장은 5조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10%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임이 어려워지며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매출은 확 줄었고 홈술족(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발포주 매출은 늘었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최근 발포주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내놓은 이후 현재까지 5가지 종류를 선보였다. 오비맥주는 2019년 ‘필굿’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프리미엄 발포주인 ‘오엠지’를 내놓는다. 다양한 곡물의 맛을 더하고 오비맥주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랄라베어’를 내세웠다. 앞서 신세계L&B도 ‘레츠’ 출시하고 최근엔 소용량 제품도 내놨다.

발포주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싼 가격’이다. 국내에서 맥주는 주세율이 72%로 높다. 맥주로 분류되려면 맥아 함량 비율이 10% 이상이어야 하는데 발포주는 맥아 비율이 10% 미만이라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에 속한다. 이 때문에 주세율이 30%로 낮다.

맛을 낼 때도 맥아 대신 다른 곡류를 활용해 원가도 맥주보다 싸다. 오비맥주 오엠지의 경우 낮은 맥아 함량 대신 현미·보리·호밀로 고소한 풍미를 살렸다. 업체 입장에선 맥주와 같은 이윤을 남겨도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

하이트진로가 만든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만든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 [사진 하이트진로]

수요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홈술족이 늘면서 가성비를 따지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싼 가격의 매력도 커졌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이유다. 음식점이나 유흥주점에서는 고를 수 있는 제품이 2~3가지에 불과하지만,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점점 발포주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세계L&B의 렛츠(500mL) 가격은 2000원(편의점 기준)이다. 묶음으로 구매하면 6캔에 1만원이다. 오엠지도 같은 수준이다.

필라이트나 필굿은 1400~1500원으로, 초기엔 8캔에 1만원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도 4캔에 1만원인데 2캔 차이에 불과해 가성비가 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있다”며 “하지만 이미 고정 수요층도 생기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만큼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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