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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운동화 대표 주자’ 스테픈 CEO, 알고 보니 중국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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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돈을 번다(Move to Earn)'는 혁신적인 콘셉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스테픈(STEPN). 한국에도 상륙한 지 어언 3개월이 된 스테픈의 전 세계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200~300만 명에 이르며, 국내 커뮤니티도 매일 약 3%씩 커지고 있다.

스테픈은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에 게임적 요소를 극대화해, 커뮤니티 충성도는 높이면서도 '돈을 번다'는 개념까지 추가해 투자를 위한 수단이라는 명목까지 더했다. 이 덕분에 블록체인에 시들했던 MZ세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유명 스포츠 브랜드도 잇달아 NFT 운동화를 출시하고 있다.

스테픈 앱을 내려받아 일정 시간 운동하면 코인을 주는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의 인기 요인은 따로 있다. 출시자와 그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샀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이례적으로 창업자와 그가 함께하는 팀원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투자자들은 ‘신뢰감’을 준 스테픈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혁명적인 프로젝트 방식에 투명한 신분 공개로 업계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스테픈의 창업자가 알고보니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알려져 화제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전 세계서 ‘가장 핫한 NFT 운동화’ 만든 이의 정체

스테픈을 출시한 욘룽(Yawn Rong)은 베이징 출신이다. 2002년,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당시에만 해도 욘룽은 그다지 해외 유학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이과를 선택했고 이후 대학에서도 고분자 생물을 전공했다.

이후 적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호주에서 전공을 살려 직장을 잡기 어려웠던 욘룽은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호주로 가서 호텔에서 잡일을 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이 같은 호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을 보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마치 “갭이어(Gap-year)*와 같았다”고 설명했다. 1년 후 그는 운 좋게 지구물리탐사설비회사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그는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포함한 웹사이트 제작 업무를 담당했다.

*갭이어(Gap-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

욘룽(Yawn Rong) [사진 스테픈 공식유튜브]

욘룽(Yawn Rong) [사진 스테픈 공식유튜브]

이후에는 직접 현장에서 ‘광물 발굴’ 작업에 투입되었다. 탐사 작업은 매우 고됐다. 3주간 일하고 한 주를 쉬는 방식으로 일했다. 아침 6시에 안전 회의를 한 후, 각자 작업 위치로 가서 각종 설비를 설치했다. 그는 4년간 이 업무를 지속하다가 2012년 퇴사했다.

그리고 마침 식당 창업을 도모하고 있던 친구들을 돕게 된다. 친구들이 처음에 선보인 작은 식당이 애들레이드에서 입소문을 얻게 되자 이들은 좀 더 욕심을 낸다. 사업을 크게 확장해 프랜차이즈화하는 게 최종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초기 중앙 부엌을 짓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규모를 늘린 식당은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원금을 되찾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이후, 욘룽은 2015년 건축자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호주에 고층빌딩들이 대거 들어서던 때라 관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라 판단했다는 게 욘룽의 설명이다. 그러나 욘룽은 해당 업무를 직접 하게 되면서 깨달았다. 건설업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해외에서 자재를 구해와야 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인맥을 쌓는 데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열한 현실도 체감하게 된다. 건설자재업계에서는 가격과 제품 품질에 그다지 차이 없으며, 결국에는 인맥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독점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맥싸움에서 피로감을 느낀 그는 마침 인기를 얻기 시작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사실 그는 2016년 비트코인에 대해 호주 통신업체인 텔스트라(Telstra) 엔지니어 출신의 지인에게 들었을 당시, 심장이 뛸 정도로 관심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나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비트코인에 뛰어든 지인과 연락이 끊기게 되면서 블록체인에 몸담을 첫 번째 기회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Crypto SA]

[사진 Crypto SA]

이후 2017년, 다시 한 번 더 비트코인과 얽히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구매대행 사업을 하던 그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없느냐는 고객의 문의에 비트코인 지갑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결제를 진행했다.

욘룽은 팀원들과 이 비트코인을 어떻게 팔지 연구했고 호주거래소와 중국거래소의 가격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즉각 이용했다.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이후 호주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얻은 것이다.

비트코인을 통해 얻은 이익은 음식점이나 건축자재 일을 했던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았다. 욘룽이 기존 업무에서 모두 손을 떼고 비트코인에 ‘올인’하게 된 이유다. 한동안 비트코인으로 재미를 보았던 욘룽 팀은 2019년 발생한 비트코인 폭락 사태로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ICO(암호화폐공개)*를 거쳐 크립토 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당시의 일이다.

*ICO: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초기 개발 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으로 경제 용어인 기업공개(IPO)에서 파생되었다.

왼쪽부터 제리 황(Jerry Huang)과 욘룽 [사진 Women In Business Mag]

왼쪽부터 제리 황(Jerry Huang)과 욘룽 [사진 Women In Business Mag]

이때 지금의 스테픈을 함께 창업한 제리 황(Jerry Huang)을 만나게 된다. 마침 제리도 몸담고 있던 게임 회사가 생각만큼 잘되지 않던 때라 둘은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트남에 본사를 둔 게임파이(GameFi) 프로젝트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를 보고 다시 새로운 창업의 꿈을 꾸게 된다.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게임파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렇게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테픈이 시작되었다.

“비트코인, 어디에 써?” 투자자 불만 잠재운 생활 결합형 서비스의 등장

[사진 连茶馆]

[사진 连茶馆]

스테픈의 원리는 굉장히 간단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앱을 설치해 걷거나 달리면 된다. 지금까지 비슷한 앱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스테픈은 바로 여기에 혁신적인 포인트를 하나 더한다. 바로 ‘걷는다(혹은 뛴다)’는 행위에 ‘돈을 번다’는 개념을 추가해 게임적 요소와 투자 요소를 결합했다.

스테픈 앱을 깔고 일정 시간 운동하면 코인을 주는데, 바로 이 코인을 받기 위해선 NFT 운동화 구매가 필수다. 실제 운동화와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일반 운동화처럼 많이 움직이면 낡게 된다. 지속해서 운동화를 ‘관리’하고, ‘성능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

[사진 스테픈 공식홈페이지]

[사진 스테픈 공식홈페이지]

즉, 걷거나 뛰면서 받게 된 코인을 바로 이 NFT 운동화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느 운동화가 그러하듯, 이 NFT 운동화도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열심히 운동하면 본인만의 NFT 운동화를 만들 수 있는 ‘권리(minting)’도 생긴다.

‘나만의 무언가’를 소유하기 좋아하는 MZ세대의 심리를 저격한 셈이다. 희소성 있고 성능 좋은 NFT 운동화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자는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쓴다. 운동할 수 있으면서도 일종의 게임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돈까지 벌 수 있다.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뿐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했다. 한 마디로 ‘일거양득’이다.

스테픈은 블록체인 기술과 일상생활(운동)에 게임적인 요소를 넣어 경쟁하게 하여 스테픈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1년 10월,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가 개최한 해커톤에서 첫선을 보였던 스테픈은 정식 출시 두 달 만에 입소문을 얻으며 광고 하나 없이 수십 명의 사용자를 유입했다.

[사진 스테픈 공식홈페이지]

[사진 스테픈 공식홈페이지]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스테픈의 월 매출은 1억 달러(약 1287억 5000만 원)에 달한다. 또 하루 거래액을 통해 얻는 순이익은 300~500만 달러(38억 6190만~64억 3650만 원)에 이른다.

사업성을 확인한 나이키, 아디다스, 중국리닝(Lining)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도 잇달아  NFT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스테픈을 향한 스포츠 브랜드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아디다스 부사장 스콧 던랩(Scott Dunlap)은 트위터를 통해 “스테픈이 올해 업계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러닝화 브랜드 아식스(ASICS)도 스테픈과 NFT 러닝화를 공동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러닝화 브랜드 아식스는 스테픈과 NFT 러닝화를 공동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시나닷컴]

러닝화 브랜드 아식스는 스테픈과 NFT 러닝화를 공동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시나닷컴]

호텔 아르바이트부터 건축 자재 관련 일까지 기나긴 시간 방황했던 청년의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지금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스테픈은 세콰이어 캐피탈 인디아(Sequoia Capital India), 바이낸스 랩(Binance Labs, 바이낸스 거래소의 투자 펀드) 등 주요 벤처 캐피탈로부터 한화 1조 원가량의 기업 가치를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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