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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코스피 PBR 0.9배, 충분히 싸다”…그가 삼성전자를 매수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최근 가장 공감했던 두 문장이 있습니다. “올해는 버핏 할아버지도 잃었다” “투자는 적게, 공부는 많이” 첫 번째는 심리, 두 번째는 태도와 관련된 건데요. 확실한 건 투자는 오늘내일하고 말 일이 아니라는 점. 과도한 실망을 내려놓고, 축적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엔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나고 왔는데요.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등을 거친 전문가죠. 『환율의 미래』,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등의 저서로도 잘 알려져 있고요.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한 경제학자답게 현상의 뿌리를 짚어내고, 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죠. 워낙 달변가라 팬도 많습니다.

홍춘욱 대표는 조심스레 코스피 반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진영 기자

홍춘욱 대표는 조심스레 코스피 반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진영 기자

홍 대표는 최근 투자 구루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 ‘홍춘욱의 경제강의노트’는 구독자가 27만명에 달하고,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유료 패밀리 스터디에도 사람이 몰리죠. 투자법을 요약하면 ‘평소에는 달러, 약세장이 찾아오면 주식’입니다. 지금 그의 판단은 어떨까요?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요즘 증시, 어떻게 보세요?
지난주(6월 20일~24일)는 좀 과했죠. 미국은 강하게 반등하는데 한국은 6% 정도 하락했으니까. 전형적인 반대매매(투자자가 단기 외상거래로 산 미수 거래에 대해 2거래일 내에 결제 대금을 내지 못하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 충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이미 1월에 한 번 나왔는데, 세 번 정도 거치면 진짜 바닥이라고 보거든요. 꼭 세 번 나온다는 건 아니니까 (지난주에) 상당히 의미 있는 반등 조건을 확인했다고도 볼 수 있죠. 저는 달러 정리하고, 국내 주식 매수를 시작했어요.
매수 타이밍이다?
그건 관점에 따라 다를 텐데요. 기술적 분석을 하는 분들이라면 나스닥 200주 이동평균선, 거래량 폭증 시기 등을 주목하겠죠. 거시 환경에 포인트를 둔다면 수출 선행지표인 ISM 제조업지수와 OECD 경기선행지수의 급락이 나타날 때 진입하는 게 바람직할 거고요. 강력한 지표 악화야말로 가장 좋은 매수 신호니까요.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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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어느 쪽인가요?
저 같은 가치투자자 입장에선 코스피의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까지 내려온 게 굉장히 좋은 신호죠. 한국의 BPS(주당 순자산가치)가 연 9% 정도씩 증가한다는 걸 고려하면 내년 이맘때엔 PBR이 0.8배가 되는 거니까. 1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보면 아주 싸다고 판단한 거죠.
그럼 1년 뒤에 사면 되지 않아요?
너무 좋지만, 그 바닥이 언제인지 어떻게 알아요. 기술적 분석에 초점을 맞춘 분들은 그 타이밍을 잡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원래 관점에 따라 사는 순서는 달라져요. 저는 매력적인 레벨이라고 판단한 거죠. 달러를 좀 일찍 팔았나 아쉽긴 하지만.
어떤 종목을 사셨어요?
최근엔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을 매수했죠. 삼성전자 괜찮냐고 하시는 분이 많은데 ‘5만 전자’ 이 가격에 안 살 거면 주식을 왜 하냐고 답하죠. LG생활건강도 지금 60만원대잖아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화장품 수출액이 2차전지 수출액보다 많아요. 화장품이 2차 전지보다 큰 산업이다 이런 얘길 하려는 게 아니라 저는 ‘화장품은 안 팔릴 거야’ 이런 설명에 납득을 못 하겠어요. ‘국뽕’을 제외하고 봐도 한국 콘텐트나 제품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았던 때는 없어요.
거시 상황을 좀 짚어봐야 할 거 같은데 일단 금리인상 시나리오는 다양한 변주가 시작된 듯한데요.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가 각각 3조 달러, 2조 달러를 풀었어요. 미국 GDP의 10% 이상이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반대 의견(예컨대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많은데도 밀어붙였죠. 예상대로 지나친 재정 지출이 경기 과열, 강력한 리바운드를 발생시켰고요. 정작 풀린 돈을 락다운 때문에 못 썼으니 이제 써야죠. 미국 항공요금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0% 중반대였어요. 겪을 걸 겪어야 물가도 잡히겠죠.
홍춘욱 대표는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긴 힘들다고 봤다. 장진영 기자

홍춘욱 대표는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긴 힘들다고 봤다. 장진영 기자

공급 측면에선 어쨌든 국제 유가 흐름이 중요할 텐데요.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산 원유나 가스가 서유럽으로 바로 들어가진 못해요. 부족한 생산량을 메워야 하는데 사우디 등 기존 산유국 입장에선 증산 안 하는 게 좋죠. 이 기회에 더 벌어야 한다는 카르텔이 불황 속에서 강해진 거니까요. 미국과 사우디의 사이가 안 좋은 측면도 있고요. 미국 셰일은 생산성이 좋아지겠지만, 내년 초쯤이나 역대 최대였던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거니까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금리를 올리면 수요는 좀 잡겠지만, 공급은 당장 힘드니까 물가가 빨리 떨어지긴 힘든 상황인 거죠.
최근 연준의 예측은 죄다 틀리는 거 같아요. 인플레이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고요.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건 이례적이죠. 일단 지난해 파월 연임이 6개월가량 지연된 영향이 있고요. 금리를 제때, 미리 좀 올렸으면 올해 이렇게 부담스럽게 가지 않아도 되는 거죠.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는데도 첫인상을 0.25%포인트로 결정한 것 역시 오판으로 보여요.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5월이 되어서야 현실을 인정했으니까요. 운도 없었죠. 연준에 아마추어적이란 비판이 있지만, 진짜 아마추어 같은 건 국방이나 외교 아닌가 싶어요. 인플레는 예상된 거였고, 폭발시킨 건 전쟁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은 하루 전까지도 제대로 예측 못 했고, 중국의 상하이 봉쇄 같은 것도 대비를 못 하잖아요.
경기 침체도 피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강해졌어요.
미국이 1분기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요. 2분기 소폭 반등하더라도 하반기는 다시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를 주도하던 건설 부문의 탄력이 떨어지고, 소비자신뢰지수가 역사상 최저 레벨에 접근한 건 불황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죠. 개인적으로는 2000년 IT버블 붕괴 때와 비슷한 모습일 거 같습니다.
앤츠랩의 젊은 구독자를 위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여요.
당시 기술주 거품 붕괴와 테러와의 전쟁,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불황을 유발했죠. 하지만 성장률을 살펴보면, 그렇게 큰 위축은 없었어요.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되는 순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살아났죠. 최근 미국 부동산의 공급난이 2000년보다 더 심각한 것을 고려하면, 경기 반등은 어쩌면 2000년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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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미국 부동산 버블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금리, 공급, 미래 소득 전망 이 세 가지로 결정돼요. 금리 여건은 좋지 않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주춤했던 공급 회복이 시작됐고, 고용은 아시다시피 상황이 괜찮죠.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학습효과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오는 거겠지만 이번엔 다른 데서 이미 버블이 터졌어요. 주식시장이죠. 특히 기술주. 확실히 기술주는 금리가 중요해요.
침체의 강도가 그리 강하진 않을 거로 보시는군요.
인플레이션이 침체로 이어지려면 강한 임금 상승이 나타나고, 기업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고 이런 스토리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단계에선 안 보이거든요. 전반적으로 임금상승률이 높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여름철을 앞두고 호텔 등 서비스업 중심이죠. 연착륙은 물론 어렵지만, 침체가 아주 강력할 거라고 보기도 힘들어요.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있다면요.
최근 루나 사태가 있었는데 표면적으로는 오프라인 금융회사로 번지거나 하진 않았죠. 다만 암호화폐는 출발점 자체가 탈중앙화고, 사실 누가 얼마나 가졌는지 알 수 없어요.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루나 같은 충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사람들이 아는 큰 회사가 여기에 엮이거나 한다면 그건 폭발력이 상당할 거에요.
홍춘욱 대표는 평소 달러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진영 기자

홍춘욱 대표는 평소 달러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진영 기자

평소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걸 강조하시는 데요.
이번에도 보셨겠지만 결국 위기 땐 달러 가치가 오르게 돼 있어요. 평화로울 때 달러를 사뒀다가 지금처럼 비상벨이 울리면 매도하고, 저평가된 원화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핵심은 원화 자산에만 올인하지 말라는 거죠. 지금 같은 때엔 미국 국채 투자가 충분히 매력적인데요. 국내 상장된 ETF(미국채10년선물 등)를 사거나, IEF나 TLT처럼 미국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는 방법이 있죠. 상황에 맞게 리밸런싱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리밸런싱이 가장 힘든 거 같아요.
이익 난 걸 파는 게 너무 아깝거든요. 좋은 거 팔아서, 안 좋은 걸 사야 돈을 버는데 막상 돈을 벌면 그런 생각이 잘 안 들죠. 요즘엔 괜찮은 앱이 많으니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것도 힘들거나 귀찮으면 개인연금을 활용해 보세요. 보통 연말에 가입하고 신경 안 쓰잖아요? 1년에 한 번씩만 새로 넣는 돈을 포함해서 새로 자산 배분을 해보는 거죠.
대표님의 자산 배분 전략은 어떤가요?
100으로 보면 부동산이 40, 금융자산이 50, 나머지가 10 정도인데요. 지금 금융자산은 국내와 해외가 4대 6 정도인데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5대 5대로 조금씩 맞춰가는 중이에요. 달러 팔고,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는 거죠. 올해 같은 분위기에선 아무리 잘해도 마이너스를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음 투자를 위해 내공을 쌓아가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이 기사는 6월 29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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