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서실장 사퇴 파장…'형동생' 권성동·장제원 묘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01 05:00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 자리에서 전격 물러나자 당내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윤 대통령의 소개로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박 의원의 사퇴를 두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과 “윤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더군다나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사퇴 소식을 알리며 단 두 줄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그동안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다”가 전부였다. 그가 쓰던 국회 본청 사무실 문은 종일 굳게 닫혀 있었다. 박 의원의 행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실 보좌진은 “박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에 있다. 서울에 올라올 계획은 미정”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는 사이 당내에선 최근 박 의원이 주변에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등 최근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이 멀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고뇌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연스럽게 당내 시선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향했다. 박 의원의 사퇴가 “독자 행동 아닌 사전에 기획된 거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박 의원의 사퇴 시점에서 출발한다. 30일은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첫 해외 순방지인 스페인에 머물고 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필리핀 현지에 있던 시점이다. 여권의 ‘빅샷’ 두 명이 국내에 없는 시기인 것이다.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이날 침묵한 것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 28일 필리핀 특사로 출국한 권 원내대표는 출장 첫날인 전날 페이스북에 글 5건을 연달아 올렸다. 하지만 이날은 글을 올리지 않았다. 전날까지 서울에 머물던 장 의원도 이날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로 내려갔다.

이들의 침묵은 표면적으로는 당내 ‘윤핵관 대 이준석’ 갈등 전선 확대를 자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익명을 원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순방 중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당을 더 시끄럽게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친윤 그룹 내 미묘한 시각차에 주목한다. 박성민 의원의 전격 사퇴에 대해 윤핵관 그룹이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런 해석은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 징계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크게 두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 임기 초 성상납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당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며 “이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 당장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윤핵관은 이 대표를 자꾸 몰아내려고 하는데 그게 정말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대표가 당뿐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박 의원이 비서실장 사퇴 입장문을 왜 두 줄밖에 못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이 대표 행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뜻을 잘 이해하고, 대통령을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집권 여당이 돼야 경제·외교 등 당면한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여권에선 이런 시각 차이가 서로를 “형”과 “동생”이라고 부르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갈등하던 지난 7일 이 대표 임기 문제와 관련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한 이후 이 대표 임기 문제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걸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장 의원은 이 대표로 인해 발생하는 당 내홍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에 “당이 뭐 하는 거냐.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당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그러는 사이 일부 의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현안간담회를 열었지만 여기서도 박 의원의 사퇴 문제를 비롯한 당내 갈등에 대해선 대화가 거의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일부러 조심하려고 아무도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민들 보기에 부끄러운 건 사실인데 권한이 없으니 총대를 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생각도 서로 다른 것 같으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도대체 윤심(尹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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