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만 입으라고? 그럼 허리 드러낼게…윔블던 향한 파격도발

중앙일보

입력 2022.07.01 02:00

업데이트 2022.07.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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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맞춤 유니폼을 입고 1년 만의 복귀전을 치른 '테니스 여제' 윌리엄스. 흰색 유니폼만 입어야 하는 윔블던 복장 규정 속에서 선수들은 디자인과 소품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맞춤 유니폼을 입고 1년 만의 복귀전을 치른 '테니스 여제' 윌리엄스. 흰색 유니폼만 입어야 하는 윔블던 복장 규정 속에서 선수들은 디자인과 소품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개막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는 독특한 복장 규정이 있다. 다른 대회와 달리, 출전 선수는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심지어 모자나 양말까지도 흰색이어야 하는 엄격한 드레스 코드다. 화려한 패션과 아이돌 같은 외모로 '코트의 모델'이란 말을 들었던 미국 테니스 레전드 앤드리 애거시(은퇴)는 1990년 복장 규정을 따르는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색 대신 디자인과 소품 등 디테일에서 차별화를 둔 특별한 패션을 뽐낸다. 올해 윔블던에서도 패션은 선수들의 플레이 못지않은 주요 볼거리다.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라두카누. [AP=연합뉴스]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라두카누. [AP=연합뉴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는 1년 만의 코트 복귀전에서 긴팔 미니드레스를 입었다. 파티복으로 입어도 될 만큼 하늘하늘한 소재였다. 코트에서 움직임 때마다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줘 관중의 눈길을 끌었다. 아쉽게도 윌리엄스는 1회전 탈락했다. 미국 테니스닷컴은 "나이키가 오직 윌리엄스를 위해 특별 제작한 유니폼"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나이키 후원을 받은 세리나는 윔블던에 출전할 때마다 코트를 런웨이로 만들었다. 2008년 대회에선 바바리코트 스타일 유니폼을 입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패션 잡지 보그는 윔블던에서 멋진 스타일 뽐낸 스타를 발표하며 윌리엄스를 포함했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크롭티를 입고 경기에 나선 믈라데노비치. [AP=연합뉴스]

파격적인 디자인의 크롭티를 입고 경기에 나선 믈라데노비치. [AP=연합뉴스]

다소 평범한 원피스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한 신예 스타 에마 라두카누(20·영국)는 액세서리에 포인트를 줬다. 2002년생 라두카누는 진주 목걸이와 귀걸이로 톡톡 튀는 개성을 표현했다. 흰색 유니폼에 은은한 금빛 진주 조합은 탁월한 패션 센스라는 찬사로 이어졌다.

그가 찬 목걸이-귀걸이 세트 가격은 3만7000 달러(약 4800만원)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에서 후원했다. 테니스닷컴은 "코트 위 라두카누는 플렉스(flex·뽐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라두카누는 2회전 탈락했다.

레이스 달린 유니폼을 입은 오스타펜코. [AP=연합뉴스]

레이스 달린 유니폼을 입은 오스타펜코. [AP=연합뉴스]

마리아 사카리(27·그리스)와 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29·프랑스)는 파격을 택했다. 둘은 허리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 크롭티(crop tee·배꼽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 테니스닷컴은 "우리 동네 테니스장에서 볼법한 편안한 차림"이라면서도 "아마도 이것이 요즘 세대가 윔블던의 규정에 대처하는 자세일 것"이라고 했다.

옐레나 오스타펜코(25·라트비아)는 웨딩드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섰다. 상의 민소매 끝부분에 레이스 장식을 달았다. 치마 같은 하의도 주름이 잡혀있어 큰 레이스 장식을 입은 느낌을 줬다. 팬들은 "레이스 부분이 옅은 베이지색이라서 두 가지 색 유니폼을 겹쳐 입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흰색 드레스 코드를 깬 것처럼 보여 재치있는 패션"이라고 칭찬했다.

명품 시계를 차고 서브 하는 나달. [신화통신=연합뉴스]

명품 시계를 차고 서브 하는 나달. [신화통신=연합뉴스]

남자 선수들은 대부분 소품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수퍼 스타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은 스위스 명품 브랜드(리처드 밀) 시계를 찬다. 시계엔 나달의 애칭인 '라파(Rafa)'를 새겼다. 30g 초경량이라서 뛰고 달리는 데 지장이 없다.

한정판으로 가격은 무려 13억원이다. '규정 파괴자'로 불리는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27·호주)는 모자챙이 뒤로 가게 돌려쓰고, 농구 유니폼 같은 큼지막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 것이 전매 특허다.

농구 유니폼 스타일에 모자챙을 돌려 쓴 키리오스. [로이터=연합뉴스]

농구 유니폼 스타일에 모자챙을 돌려 쓴 키리오스. [로이터=연합뉴스]

이 모습이 불량 청소년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있지만, 키리오스는 끄떡없다. 실제로 키리오스는 이번 대회 단식 1회전 경기 중 언쟁을 벌이던 관중을 향해 침을 뱉어 징계 위기에 처해있다. 이들에 비해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평범한 편이다. 무난한 티셔츠에 반바지, 액세서리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29일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서나시 코키나키스(79위·호주)를 3-0(6-1, 6-4, 6-2)으로 완파하고 3회전에 진출했다. 지난달 27일 1회전에서 권순우(81위)를 상대로 3-1로 진땀승을 거둔 조코비치는 이날은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2시간 만에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조코비치의 3회전 상대는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30위·세르비아)다.

평범한 복장의 조코비치는 모범생 스타일에 가깝다. [AP=연합뉴스]

평범한 복장의 조코비치는 모범생 스타일에 가깝다. [A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나달,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함께 세계 테니스 ‘빅3’로 불리는 레전드다. 윔블던 우승만 6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은 20차례나 차지했다. 나달(20회)에 이어 역대 메이저 우승 공동 2위(페더러)다. 이번 대회에선 7번째 우승과 4연패, 그리고 21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윔블던 우승을 휩쓸었지만, 올해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타이틀을 라이벌 나달에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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