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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정치 쟁점 집중, 국제사회 목소리 전달은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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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독자위원회 지면

독자위원회 지면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6월 회의가 지난달 28일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기사를 읽고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이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어린 조언을 소개한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중앙일보에서 최근 연속보도하고 있는 ‘원격·재택진료’ 기획 보도는 굉장히 시의적절하게 잘 나왔다. 코로나 시대 이후 새로운 환자·진료 대상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그러한 진료를 또 지금 실행하고 있는 기사도 나왔는데, 사례들이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기사였다. 이런 내용을 앞으로도 계속 더 비춰주면 좋겠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외국의 의회, 싱크탱크, 인권단체 이런 데서 굉장히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주로 ‘정말 진실된, 진정한 조사를 해달라’는 거다. 현재는 국내 정치적 쟁점화 측면에서 다룬 기사가 많이 보이는데, 국제사회에서 갖는 관심에 대한 목소리를 좀 많이 담아줬으면 좋겠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6월 들어 계속되고 있는 ‘규제 스톱’ 기획 시리즈와 관련해, 16일 자 4면 ‘반도체 공장 짓는데 대만 일본 2년 6개월, 한국 7년’은 헤드라인이 굉장히 좋았다. 국민정서법에 호소하는 제목보다는 팩트에 기반하면서도 한국에서 뭐가 막혀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이었다. 다만 산업이나 스타트업이 규제 때문에 말라죽는다라는 얘기는 정말 일반인들이 들어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알고 있는데, 대학에 가해지는 규제에 대해서도 좀 많이 보도가 됐으면 좋겠다. 고급 인력들을 많이 키워내야 우리나라의 20년 후 30년 후가 밝아지는데, 고등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에도 신경을 써주길 기대한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16일 자 16면 ‘코로나 상황에서 둘이 있는 시간이 늘자…노인 학대자 1위 배우자로’ 기사의 통계 인용을 지적하고 싶다. 기사에서는 2021년 노인학대 행위자 통계에서 배우자가 29.1% 아들이 27.2% 기관이 25.8%로 배우자가 가장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기사에서 인용된  2020년 수치와 비교를 해보면 배우자(31.7%→29.1%)와 아들(34.2%→27.2%)이 가해자인 경우는 감소했다. 오히려 기관이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13.1%에서 25.8%로 급증한 데 눈길이 갔는데, 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지방선거 이튿날인 2일에 보도된 ‘세금 3000억 쓴 현수막 공고물 오늘부터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사였다.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분석 외에 우리가 어떤 영역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될지를 잘 보여준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차례 보도가 더 됐어도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6월 한 달간 펜 끝이 항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민생이 강조되고 있지만 민생 각 부문을 담당하는 장관 메시지는 거의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당선 직후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언론의 모든 관심이 대통령에게 가 있는 건 개선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 27일 자 3면 ‘미국 대법원 낙태권 폐기’ 기사와 이후 이어진 후속 보도들은 관심 있게 읽었다. 미국 사회에 대한 표면적인 전달보다 의미 있는 분석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누구나 클릭 몇 번만 하면 외국의 현장 생중계도 볼 수 있다. 신문이 독점적으로 보도하는 게 아닌 만큼, 현장에서만 쓸 수 있는 분석·해석메시지를 담아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판결과 같은 현상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정치 포퓰리즘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주제를 거시적으로 다루는 후속 기사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6월 1일 자 1면 ‘당신의 한 표 가치 3612만원’ 기사는 흔한 당위론적 접근을 떠나서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해 투표권의 가치를 실감하게 하고 투표를 독려한 기사라고 생각한다. 전국단위 선거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 선거관리를 위한 시스템 유지의 경상 비용 등 여러 방식으로 투표권의 가치를 산출해 제시하면 더 와 닿을 수 있겠다. 다만 투표 당일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기사로 올려야 투표권 행사에 효과적일 것 같다. 이와 별개로 대선 직후 중앙정부의 구성과 활동에 대한 보도의 양과 질에 비하면 지방정부에 대한 실질적 관심과 지면 할애는 전반적으로 인색하게 느껴졌다. 22일 자 24면 ‘이재명 시장 시절 이메일 삭제해’, 24일 자 10면 ‘김진태, 세금 낭비 막겠다 해놓고 관사는 사용할 것’ 정도가 지방정부 관련 기사였다. 그러나 모두 중앙정치 맥락과 맞닿아있는 내용이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물가 상승 보도 과정에서 애그플레이션(6월 3일 자 경제 1면), 푸틴플레이션(6월 14일 자 2면), 런치플레이션(6월 6일 자 2면) 등의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농산물 가격 인상(애그플레이션), 점심 가격 인상(런치플레이션)이란 의미인데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게 뜻을 명확하게 하는지 의문이다. 20일 자 1면 ‘돈 싸움 전락한 교육감직선제’ 기사는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제도 개선방안까지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사는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연방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이 국가가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 결정되는 현행 방식이 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전기료 인상 관련 보도에서 인상의 불가피성을 보도하는데 다소 인색했다. 예컨대 7일 자 3면 ‘전기료 1년새 11%상승, 공공요금발 물가충격 가장 컸다’, 17일 자 경제 1면 ‘전기료 올리면 물가 폭탄’ 등이다. 전기료는 원가인상 요인이 있어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런 불가피성을 언급하면서 취약 계층 등의 어려움에 대해 추가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았을 것 같다.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9일 자 10면 ‘안전운임제 도입 후 시멘트 차주 월수입 201만원→424만원’ 등의 기사가 안전운임제, 일몰제와 같은 전문용어를 계속 사용했음에도, 용어설명이 없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17일 자 기사에서는 용어설명이 들어갔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21일 자 14면 ‘친미 국가 콜롬비아에 첫 좌파 정권, 게릴라 경력 대통령 당선’ 기사에서 “미혼모 출신으로 콜롬비아 최초의 아프리카계 여성 부통령”이란 구절을 지적하고 싶다. ‘출신’은 사회적·지역적 소속 관계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데, 해당 기사에선 자극적 제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문구 자체가 적절하지도 않았다. 22일 자 12면 ‘한국, 민간합동위 설치해 징용 배상 등 해결 의지 보여줘야’ 기사에서는 강창일 주일대사가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해 한국 정부에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뷰 기사지만 이것을 아무런 비판없이 기사화 한 부분이 매우 아쉽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4일 자 3면 ‘경유 46%, 감자 32%, 돼지고기 21% 뛰어’ 기사와 6면 ‘유통단가 낮추자 MD가 소키우고 산지 직매입 늘려’ 기사는 같은 날 지면 기사에 인용된 돼지고기 물가상승률이 서로 달라 의아했다. 3면 기사에는 20.7%, 6면에서는 30.5%였다. 자세히 읽어보니 3면 기사는 전년도 동월 대비, 6면 기사는 5년치 평년가 대비였다. 왜 다른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궁금하다. 독자들의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6월 4일 자 8면 ‘뉴욕 ’정식‘서 런던 ’홍대포차‘까지, 건강한 맛의 변주 모던 한식에 외국인들 열광’ 기사는 꽤 공들인 콘텐트인 것이 티가 났다. 기사의 길이나 내용의 풍성함도 훌륭했고, K푸드의 주요 연표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것도 좋았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원숭이 두창과 관련해, 22일 자 16면 ‘국내 첫 의심환자. 인천공항 입국과정서 발견’, 23일 자 2면 ‘밀접 접촉으로 감염. 호흡기 전파는 드물어’, 24일 자 2면 ‘수두와 증세 비슷, 잠복기 길어’ 등 연속 보도를 자세히 읽었다. 국내외 발병 현황은 물론, 유행 가능성, 타 질병과의 차별점 등을 상세하게 잘 보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국내 의료수준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점을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수두로 판명난 부산의 의심환자처럼 입국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본인이 신고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며 개개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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