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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무단방류…통일부 “사전통보 요청했는데,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이 최근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열어 방류에 나섰다. 군 소식통은 30일 “최근 북한이 호우로 인해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저수를 방류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황강댐 수문 개방이 사실이라면 우리 측이 북측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추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여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의 상황 공유를 통해 북한이 사실상 수문을 개방한 게 확실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북측 수역의 댐을 방류할 경우 남측에 사전 통지하라고 요구하는 대북 입장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관련 대북통지문의 발송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측이 수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 마감 통화 시에 관련 내용을 구두 통지사항으로 전달했다.

정부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것은 정부가 사전 통지 요구를 한 이후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느 특정 시점에 (분석이) 완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입장을 발표할 수준으로 분석이 이뤄진 건 오늘”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에 댐 방류 때 사전 통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북한은 응답 없이 방류에 나선 것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무단 방류는 새 정부 찔러보기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진강 상류 황강댐에서 방류가 이뤄지면 우리 측 군남홍수조절댐까지 도착하는 데 4∼5시간이 걸린다. 황강댐의 총저수량은 우리 군남댐(총저수량 7160만t)의 약 5배인 3억5000만t에 이른다. 이 때문에 수문을 열면 임진강 최북단의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빠르게 높아진다.

그 하류인 필승교의 수위는 최근 관심 수위인 5m까지 올라갔다가 30일 오전부터 점차 떨어져 3m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30일 “북한 황강댐이 예고 없이 무단 방류할 경우 연천 등 접경지역은 심각한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밤새 가슴 졸이며 임진강 수위 변화만 지켜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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