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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물폭탄에 지하철 러시 “이번에도 못 타면 지각” 발 동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평소 자차로 출근하던 직장인 한모씨는 30일 오전 서울 사당역으로 향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서 빚어질 교통체증을 예상하고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그러나 역 플랫폼에서 인파(人波)를 마주해야 했다. 한씨는 “비 때문에 지하철을 타러 왔는데 사람들이 붐벼 타질 못했다. 벌써 두 대는 보냈고, 이번에도 못 타면 지각이다”며 발을 굴렀다. 한씨는 세 번째 시도 끝에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이날 서울·수도권 등 호우특보가 발효되면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물폭탄’을 온몸으로 맞았다. 예고된 장맛비였지만 적지 않은 시민은 당혹감을 느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서울에 98.4㎜가량 비가 쏟아지는 등 비로 인한 피해·불편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수송대책을 실시, 집중배차 시간을 연장하거나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렸다. 경찰도 인력을 투입해 출근길 교통정리에 나섰고, 서울경찰청은 이날 570명 이상의 교통경찰을 투입했다.

도로의 경우엔 진입이 전면 금지되는 경우도 있었다. 잠수교는 다리 밑 한강 수위가, 동부간선도로는 중랑천 월계1교 지점 수위가 통제 범위를 넘어서면서 차량 출입이 막혔다. 출근길로 동부간선도로를 때때로 이용한다는 이모씨는 “평상시에도 막히는 곳인데, 통제까지 되니 다른 쪽으로 차들이 몰려 길이 막혔다”고 전했다.

도로 외 하천의 통제도 이어졌다. 경찰은 서울 청계천 및 경기도 화성 송방천 등 하천 52곳을 통제했다. 서울시민들이 자주 찾는 청계천의 경우 이날 출입이 전면 막혔다.

강풍을 동반한 비로 인해 전국 곳곳에선 피해가 발생했다. 인천시 계양구 제1순환고속도로에선 일산 방면 1차로를 달리던 한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추돌했고, 운전자가 뒤이어 오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비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 등을 중심으로 1일 오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엔 120㎜ 이상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일까지 추가로 올 비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아침까지 내린 비의 양보다 적지만 위험성은 더 높다.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또 비가 내리면 산사태나 지반 붕괴, 침식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1일 오후부터는 대체로 맑아져 3일까지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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