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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돕지마라" 문자도 받았다…박성민 사퇴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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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 간 가교 역할을 맡았던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대선 승리 직후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 서범수 의원의 뒤를 이어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당내에선 박 의원의 사퇴 배경에 이른바 ‘윤심(尹心)’이 있는 것 아니냔 분석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살 터울로 울산 중구청장이던 2014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친윤계 인사다. 이 대표는 그간 공공연히 “박 의원을 통해서만 대통령실과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이 대표가 대통령실을 처음 찾았을 때도 수석대변인 등 배석자를 전부 물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과 함께 소수정예로 대화에 참여한 게 박 의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와 정진석ㆍ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의원의 처지가 애매해졌다. 지난 24일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 “당무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 보도가 나오자 이를 전면 부인한 대통령실과 여지를 남긴 이 대표 간 입장이 엇갈리는 등 양측이 마찰 기류를 빚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하는 길에 이 대표가 배웅을 나가지 않으면서 양측이 멀어졌단 해석에 더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악수를 건네자 이를 밀쳐내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이어왔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악수를 건네자 이를 밀쳐내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이어왔다. 김경록 기자

박 의원은 최근까지 ‘윤핵관’과 이 대표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재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 의원들 중 ‘이 대표를 왜 돕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비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박 의원이 사실 ‘샌드위치’ 신세였다. 일부 강성 당원들이 ‘왜 이 대표 옆에 있느냐. 도와주지 말라’고 문자도 보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전날 포항에서 일정을 마친 이 대표를 찾아가 장시간 대화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전날 한 언론에 “더이상 (이 대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 같다. 도움도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지방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경북 경주 월성원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이 포항에 와서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고, 제가 박 의원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심이 이 대표를 떠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어제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를 방문,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를 방문,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그러나 박 의원의 사의표명으로 이 대표가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의원들은 극소수다. 7일 예정된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을 다룰 당 윤리위원회를 앞두고 친윤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전날 새벽 페이스북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썼는데, 이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개혁의 동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박 의원의 사퇴에 대해 “이건 ‘당신이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경고다. 저는 (이 대표가) 관둔다고 본다”고 말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그런 경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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