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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협 적시하고 북핵 우려한 나토…FP "글로벌 신냉전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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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9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를 통해 채택한 ‘2022 전략개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을 ‘나토의 이익·안보·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점이다. 11쪽짜리(표지 포함 16쪽) 문서는 PRC(중화인민공화국), CHINA 등으로 중국을 10여차례 언급하면서 “중국의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나토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대한 도전”이라고 명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나토의 전략개념은 시대를 반영한다”면서 “2010년 대테러·아프가니스탄·발칸반도·해적에 대한 임무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찼던 내용이, 2022년 중국·기후변화·사이버 전쟁으로 키워드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새로운 전략개념이 수록된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새로운 전략개념이 수록된 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나토에 대한 구조적 도전” 

나토의 전략개념은 회원국의 향후 10년 간 활동 목표와 대응 범위 등 새로운 비전을 담는다. 2022 전략개념은 1949년 나토 창립 이래 8번째 채택된 것으로, 2010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7차 전략개념 이후 12년 만에 나왔다.

2022 전략개념에선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동시에 전략적 불투명성을 유지하며,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경제·군사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악의적인 하이브리드 및 사이버 작전, 대립적인 수사학(rhetoric), 허위정보로 나토 동맹국을 표적삼아 동맹 안보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요 기술과 산업, 기반시설, 전략적 자재 및 공급망을 통제하고, 경제적 지렛대를 이용해 타국에 전략적 종속성을 만들고 영향력을 넓혀간다고 봤다. 나토는 “중국은 우주·사이버·해양 영역을 포함해 국제 질서를 전복하려 분투한다”며 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응 능력을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의 입지도 강조했다. 전략개념은 “인도·태평양 역내 상황 전개는 유로·태평양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나토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역을 넘어서는 도전과 공동 안보 이익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의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러시아, 전략적 파트너→직접적 위협

러시아는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언급했다. 앞서 2010 전략개념에선 러시아를 ‘나토의 전략적 파트너’로 표현했지만, 이번엔 ‘러시아를 파트너로 간주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특히 “러시아의 침략 전쟁은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안보 환경을 심각하게 변화시켰다”면서 “가혹하고 불법적인 침공, 반복된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극악무도한 공격과 잔혹행위 등은 표현 못할 고통과 파괴를 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략개념은 “모든 유럽 민주주의 국가에 나토의 문은 열려있다”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추진했던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나토는 부쿠레슈티에서 내린 결정과 모든 후속 결정을 재확인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국’과 ‘반(反) 국가 행위자와 화학무기 사용에 의존하는 나라’로 이란‧시리아‧러시아 등과 두 차례 언급됐다. 이밖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적대적 공격에 나토조약 5조(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동대응)를 발동할 수 있고, 기후 변화를 개선하는 국제기구가 될 것이란 내용 등도 거론됐다.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에 맞은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 쇼핑센터의 잔해.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에 맞은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 쇼핑센터의 잔해. [AP=연합뉴스]

외신 “나토 동맹의 근본적 전환”

외신은 이번 전략개념이 ‘나토 동맹의 근본적 전환(fundamental shift)’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토는 그동안 러시아를 ‘잠재적 동맹국’으로 인식하고 중국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개전 이후) 재편된 세계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도전’으로, 러시아를 ‘적’으로 새롭게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WP는 “(이번 전략개념은) 세계안보질서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FP)는 중국에 대한 나토의 입장 변화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그간 미국이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갈등하면서 나토 동맹국에게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펴자”고 촉구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외면해왔다면서다. 러시아 침공을 계기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는 미국에 설득됐다. FP는 “나토가 중국으로 관심을 확대하며, 새로운 전선이 그려지는 ‘글로벌 신(新) 냉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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