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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국제사회 위협' …나토 전선 태평양으로 확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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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침략”과 “중국이 야기하는 구조적 도전”을 동맹의 주요 우선순위로 꼽은 ‘2022년 전략 개념’을 채택했다.

나토, '2022년 전략 개념' 채택 #폴란드에 미군 사령부 상시 배치 #"유럽서 냉전 이후 최대 군사력 증강"

나토 정상들은 12년 만에 승인한 새 전략 개념에서 러시아를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정의했으며, 중국을 사실상 위협으로 적시했다. 나토가 미래의 청사진 격인 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위협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명기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나토 차원으로 확장하게 됐다. 나토가 처음으로 초청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인·태 동맹 4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미국은 당면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나토 회원국에 미국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일(현지시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 [AFP=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일(현지시간) 열린 나토 정상회의. [AFP=연합뉴스]

나토, 중국의 위협 처음으로 규정

나토가 채택한 ‘2022년 전략 개념’은 처음으로 중국을 사실상 ‘위협’으로 적시했다. 나토는 11쪽 분량의 전략 개념 문서에서 ‘전략적 환경’을 평가하면서 두 개 문단을 중국에 할애했다.

나토는 “중국의 명백한 야망과 강압적 정책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사회에 족적을 남기고 힘을 투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치, 경제, 군사적 도구를 사용하면서 전략과 의도, 군사력 증강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나토의 전략 개념은 새로운 안보 현실을 반영한다”면서 “중국은 우리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해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토는 전략 개념에서 중국의 악의적인 사이버 작전과 대결적 언사, 정보 조작은 동맹을 겨냥하고 동맹의 안보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주요 기술 및 산업 분야, 중요 인프라와 전략 물질, 공급망을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우주, 사이버, 해양 영역을 포함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뒤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는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나토는 “중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양국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약화하려는 노력을 증대하고 있는데, 이는 나토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고 규정했다.

나토는 자체 방어력과 회복력을 끌어올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책임 있게 협력할 것이며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의 강압적인 전술과 노력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또 “우리는 공유 가치와 항해의 자유를 포함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옹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12년 전인 2010년 전략 개념에는 없던 ‘중국’이 나토에 처음 등장했으며, 중국을 위협으로 표현한 수위 또한 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압적 정책,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대결적 언사와 정보 조작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영국은 강하고 분명한 표현을 원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 등을 고려해 일부 표현 수위를 완화하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하고 대중 강경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대중 포위망을 대서양까지 넓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이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이 2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SJ "냉전 이후 유럽서 최대 군사력 증강"

나토 전략 개념은 러시아를 주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토가 직면한 전략적 환경을 설명하면서 4개 문단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유럽 안보에 대한 위협, 권위주의 등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에 미군 군사력을 대폭 증강한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미국은 유럽에서 군사 태세를 강화하고 달라진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우리의 집단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 미국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본부를 상시 주둔시키기로 했다. 현재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맡고 있는 5군단 사령부를 러시아를 향해 동쪽으로 전방 배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순환 근무 형식으로 미군 병력을 배치해왔는데 사령부 전진 배치로 처음으로 상시 주둔군을 두게 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군이 러시아 주변국에 상시 부대를 배치하는 것은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미국이 폴란드에 첫 미군 상시 주둔을 포함해 냉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군사적 증강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발트해 3국에도 미군을 순환 배치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 전투원 3000명과 다른 인력 2000명 등을 순환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은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응해 유럽에 미군 2만 명을 추가로 파병해 유럽 주둔 미군은 10만 명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스페인에 정박한 미 해군 구축함을 4척에서 6척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영국에는 F-35 스텔스기 2대 대대를 추가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이탈리아에도 추가 영공 방어 전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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