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 비싸기만 하면 좋다? 진짜 '하이엔드' 침구의 조건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11:50

업데이트 2022.06.30 11:54

후덥지근한 장마에 쾌적한 수면 환경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좋은 집(공간)을 꾸미기 위해, 건강을 위해 최고의 수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고, 소비도 늘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있는 수면 시장 규모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넘겼다. 2011년 4800억원 수준에서 10년 만에 6.4배 성장했다.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침대와 함께 신경써야 할 것은 침구다. 하이엔드 침구는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진정한 '럭셔리'라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침구 브랜드 '프레떼'의 침구들. [사진 프레떼]

쾌적한 수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침대와 함께 신경써야 할 것은 침구다. 하이엔드 침구는 다른 사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진정한 '럭셔리'라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침구 브랜드 '프레떼'의 침구들. [사진 프레떼]

이중 1조8000억원은 매트리스 차지다. 수면의 질이 매트리스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에 고가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침대 전체를 마련하는 비용도 올라갔는데, 700만~3000만원짜리 매트리스에 프레임·헤드까지 더하면 5000만~6000만원까지 든다. 이렇게 공들인 침대라면 침구 역시 '하이엔드급'을 찾는 게 자연스럽다.

유럽 왕실에서 사용하는 침구 '프레떼' 분석
1년에 2채만 들어오는 1000만원 침구 있다
최신 기술보다 천연소재 우선해야 쾌적해

그렇다면 과연 어떤 침구가 하이엔드급이라 부를만할까. 리니어블록의 윤승환 대표와 함께 하이엔드 침구의 조건을 따져봤다. 윤 대표는 국내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침구 브랜드 ‘프레떼(Frette)’를 수입·유통한다. 그는 오랜 시간 국내 특급호텔에 린넨·타올을 공해온 어머니(현대장식 대표)를 보며 자연스럽게 고급 침구를 접했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침구의 조건을 몸으로 익힌 셈이다. 윤 대표는 "다각도로 수면의 질을 올리는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간과되는 영역이 있다"며 "침대의 겉옷이라 할 수 있는 침구류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엔드 침구의 조건
그가 꼽는 하이엔드 침구의 조건은 소재, 디자인, 기능성의 세 가지다. 그중에서도 소재는 침구의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 천연 소재의 침구를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엔 특히 더 그렇다.

윤 대표는 "최근 ‘첨단소재’라는 이름으로 나온 원단들은 대부분 화학섬유이거나 천연 섬유와 화학섬유를 섞은 혼방인 경우가 많다. 특정 기능의 경우 탁월할 수 있지만,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는 천연 소재만 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피부가 숨을 쉴 수 있어 잠자리가 편하다. 합성섬유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부가 숨 쉬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천연 소재 중에서도 자는 동안 배출하는 땀의 40% 정도를 흡수하는 린넨(아마)과 시원하고 바삭한 감촉의 퍼케일면을 사용하면 좋다.

고급 침구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침구 브랜드가 바로 프레떼다. 1860년 장 밥티스트 에드몬드 프레떼가 설립한 브랜드로, 187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첫 매장을 열며 유럽 왕실과 세계 1500여개 최고급 호텔에 침구와 수건·목욕가운 등의 천 제품을 공급해 왔다. 국내엔 롯데 시그니엘 호텔과 조선팰리스 호텔이 이 침구를 사용한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얼티밋’ 라인으로 침구 한 채 가격만 1000만원에 달한다. 돈만 있다고 쉽게 살 수도 없다. 생산량이 워낙 적어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에도 주문하고 6개월을 기다려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원단이 워낙 좋아 자수나 다른 디자인도 잘 안 넣고 흰색, 아이보리색 정도로 컬러 변화만 준다. 1년에 국내에 들어오는 양은 고작 2채다.

프레떼의 시작은 식탁보였다. 당시 사교의 장이었던 레스토랑이나 연회장에서건 어떤 린넨(※여기서 린넨은 천 제품 전체를 의미한다) 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했다. 지금도 해외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식탁보를 깔아주는 테이블과 아닌 테이블의 사용료가 다른 경우가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더 고급으로, 더 아름답게 만들어 냈고, 결국 침구로 분야를 확장했다.

결국 대기업 회장님들의 침대에, 조선팰리스·시그니엘 같은 최상위 특급호텔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78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그간 바티칸 교황청, 유럽 왕실 등 사용자의 면면만 읊어도 역사가 나온다. 국내에서 프레떼의 얼티밋 라인 정도를 사는 사람은 80%가 재구매 고객이다. 윤 대표는 “이런 고객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다시 딱 짚는다”고 말했다.

베드 쿠션, 담요 등 다양한 베딩 아이템을 구비하면 그날 그날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적합한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사진 프레떼]

베드 쿠션, 담요 등 다양한 베딩 아이템을 구비하면 그날 그날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적합한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사진 프레떼]

왜이렇게 비싸  
프레떼의 기업 철학은 단순명료했다. “최고급 천연 소재만 사용한다”는 것. 판매 제품의 95%가 면이고, 이외에는 울, 캐시미어, 실크, 스웨이드, 퍼, 거위털, 아마까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는데 모두 천연의 최고급품만 사용한다.
면 직물의 경우 세계 상위 3% 이내에 들어가는 최상급 이집트 면화만 고집한다. 그래야만 실을 단단하고 얇고 길게 뽑을 수 있어서다. 실크는 이탈리아산을, 양모는 호주나 스코틀랜드 산을 사용한다. 원료를 가공하는 가공 기술도 품질을 좌우하는데, 프레떼는 160년 넘게 지키고 개발시켜온 자체 레서피가 있다. 윤 대표는 “가공 기술 덕분에 같은 원면을 가공해도 결과물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마크라메 레이스로 장식한 베개 커버.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프레떼가 가진 독보적인 레이스 제작 기술로 만들었다. 열로 정교하게 레이스 모양을 잡는데, 과정이 까다로와 베개 커버 1장을 제작하는 데만 3시간까지 걸린다. [사진 프레떼]

마크라메 레이스로 장식한 베개 커버.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프레떼가 가진 독보적인 레이스 제작 기술로 만들었다. 열로 정교하게 레이스 모양을 잡는데, 과정이 까다로와 베개 커버 1장을 제작하는 데만 3시간까지 걸린다. [사진 프레떼]

1년에 두 채만 국내에 들어오는 침구는 1000TC 면직물로 만든다. TC(Thread Count)란 1제곱인치 정사각형 면적에서 실의 교차점 수를 말한다. 일정 면적 안에서 씨실과 날실이 얼마큼 엮여 있는지 나타내는 것으로 면직물의 밀도를 표시하는 단위다. 예를 들어 200TC는 1제곱인치 정사각형 안에 씨실과 날실이 200번 교차했다는 의미다. TC 숫자가 높을수록 천의 밀도가 높고, 부드럽다. 그렇다고 TC 숫자가 낮다고 품질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생긴다. 대체로 200TC면 좋은 품질의 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TC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수(手)와는 다른 개념이다. 수는 1g의 원료로 길게 늘인 실의 굵기를 말하는 것으로 번수(番手), Yarn Count다. 숫자가 높을수록 실 굵기가 얇아지는 것은 TC와 같다.
일반적인 호텔의 경우 보통 200~300TC 면직물을, 사용한다. 조선팰리스의 경우 400TC를, 부산 시그니엘의 경우, 600TC 직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좋은 침구용 원단을 사용하고 싶어도 호텔의 경우 내구성을 생각해야해서 마냥 얇고 가벼운 원단만을 사용할 순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은색 자카드 커버와 이집트면으로 만든 린넨으로 꾸민 침대. [사진 프레떼]

은색 자카드 커버와 이집트면으로 만든 린넨으로 꾸민 침대. [사진 프레떼]

하얀 호텔식 침구, 추종하지 않아도 돼
흔히 고급 침구라 하면 최고급 호텔의 침실에 있는 하얀 침구를 떠올린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도 ‘호텔식 침구’라고 하면 흰색 일색의 침구를 선보이고, 이 스타일이 가장 좋은 침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엔 오해가 있다. 호텔에서 사용하는 침구는 자주 세탁하고 세제도 강한 것을 사용한다. 그래서 색이 있으면 쉽게 물이 빠지고 이염 우려가 있어 전체를 흰색으로 맞춘다. 윤 대표는 “오히려 색이 있는 침구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면서 “특급호텔에 사용하는 프레떼 제품보다소매용 제품이 더 고급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푸른색 계열의 브로케이드(다양한 무늬가 있는 직물)로 꾸민 침구 세트. [사진 프레떼]

푸른색 계열의 브로케이드(다양한 무늬가 있는 직물)로 꾸민 침구 세트. [사진 프레떼]

호텔 침구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가 호텔에서 잠을 자본 뒤 베개만 같은 것으로 마련하는 경우다. 실제로 프레떼 제품이 깔린 호텔 침대에서 자본 뒤 좋았던 기억에 매장에 와 베개만 사가는 사람이 많은데, 집에 가서 자 보고 "그 느낌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윤 대표는 "모든 환경이 모여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베개 하나만으로는 그 효과가 안 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먼저 자신에게 맞는 소재를 찾고, 계절별로 침구 소재를 다르게 사용한다면 쾌적한 수면환경을 만들 수 있다. 또 침구 아이템을 다양하게 마련해 자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서 달리 사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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