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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경영권 '남매 전쟁'…"이사진 교체" 외친 오빠가 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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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간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인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요청한 이사회 교체 및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현 대표인 구지은 부회장은 당분간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구본성(왼쪽) 아워홈 전 대표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현 대표 부회장. 연합뉴스

구본성(왼쪽) 아워홈 전 대표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현 대표 부회장. 연합뉴스

구본성 전 부회장은 구지은 부회장과 구미현ㆍ명진 세 자매가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48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겠다면서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었다. 아워홈이 이를 거부하자 구 전 부회장 측은 서울남부지법에 임시 주총 허가를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주총이 열렸다.

주식 매각 이유로 이사 전면 교체 요구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6월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해 구미현씨, 구명진씨 세 자매가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구지은 부회장이 당일 이사회에서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경영권 다툼이 일단락된 듯했지만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은 창립자인 고 구자학 전 회장의 자녀들이 약 98%를 나눠갖고 있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첫째딸 구미현씨 19.28%, 둘째딸 구명진씨 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 20.67%다. 이 과정에서 구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과 함께 주식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뜻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미현씨는 아워홈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없고, 주총에서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이 지난해 4월 구명진싸, 구지은 부회장과 함께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법적 효력을 최근 인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본성 여전히 최대주주…분쟁 불씨 여전

아워홈 임직원들과 노조는 구본성 부회장의 임시 주총 소집 안건에 대해 “명목없는 경영권 복귀 시도”라며 반발해왔다. 이사들을 자신의 뜻에 맞는 이들로 바꾸고 난 후 이를 바탕으로 경영에 회복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을 했다. 지난달 아버지인 구자학 회장이 별세하면서 남매들이 화해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임시 주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날 구본성 전 부회장은 불참하고 대리인을 출석시켰다. 구미현씨는 본인도 대리인도 불참했다. 구명진씨와 구지은 부회장은 참석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사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은 어려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구지은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일단락됐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경영권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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