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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중앙일보

입력

호야 킴의〈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선술집 '이자카야'는 일본의 대표적 주류 문화이다. 사진 pexels

선술집 '이자카야'는 일본의 대표적 주류 문화이다. 사진 pexels

일본의 주류문화는 우리에게도 낯익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일단 거리가 가깝고, 현대의 사람들은 각국의 문화를 서로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한류를, 한국에서는 일본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주류문화로는 선술집 이자카야가 있죠. ‘이자카야’라고 하면 보통 안주 요리와 생맥주부터 떠올리지만, 하이볼(HighBall, ハイボール) 칵테일과 미즈와리(水割り)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이볼은 위스키 혹은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칵테일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미즈와리는 ‘위스키에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 뜻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스키를 저렴하게 마시는 방법의 하나였죠. 미즈와리가 처음 알려진 건 1950년쯤으로 추측되지만, 패전 이후에 경제적인 성장을 하면서부터 더욱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일본은 서양식 바 문화를 굉장히 오래전부터 받아들였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서양식 바 문화를 즐기던 나라였죠. 특히 미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1860년쯤 요코하마(橫浜) 호텔 내에 문을 연 최초의 웨스턴 바를 시작으로 일본의 서양식 바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당시에는 바 벽에 있는 시계에 대고 권총을 쏘는 음주 게임도 즐겼다고 합니다. 후에 시간이 좀 흘러 1890년대에 독일 태생의 루이 에핑거(Louis Eppinger)라는 바텐더가 요코하마의 그랜드 호텔(Grand Hotel)에서 일하면서 밤부(Bamboo) 칵테일과 밀리언 달러(Million Dollar) 칵테일들을 판매했습니다.

일본 NHK 드라마 '맛상'은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와 그의 부인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진 NHK 홈페이지

일본 NHK 드라마 '맛상'은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와 그의 부인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진 NHK 홈페이지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위스키 5대 생산국에 포함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위스키 생산국은 점차 늘어나는 중(대만과 인도 위스키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죠)이지만, 위스키 강국이라 불리는 5대 생산국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그리고 일본입니다. 일본 위스키는 각종 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위스키에 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2014년엔 위스키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방영됐죠. NHK에서 제작한 ‘맛상(マッサン)’’이라는 아침 드라마입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政孝)와 그의 부인 제시 로베르타 코완(Jessie Roberta Cowan), 일명 ‘리타’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입니다.

‘맛상’은 리타가 남편 타케츠루 마사타카를 부르던 애칭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로 주인공 타케츠루의 이름을 딴 닛카의 위스키 ‘타케츠루 17년’과 산토리의 ‘야마자키 12년’ 품귀 현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때 일본 위스키들의 평균 가격도 많이 상승했습니다. 2020년 8월 본햄스 홍콩 경매에서는 야마자키 55년산 위스키가 한화로 약 8억 9907만 원에 낙찰되는 일까지 벌어졌죠. 일본 위스키 경매가 중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일본 위스키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드라마의 인기도 한몫을 했겠으나, 기저에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제품생산에 적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맛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요이치 증류소.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맛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요이치 증류소.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맛상’에는 실제 요이치 증류소가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산토리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 타케츠루가 독립하며 세운 증류소인데, 바로 지금 ‘닛카’의 전신입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요이치 증류소를 방문해 위스키를 ‘미즈와리’로 마셔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 일본만의 독특한 바 문화도 경험해보세요. 캐주얼한 분위기에 특이한 칵테일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서양식 바와는 달리, 일본식 바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좀 더 차분하고 기술적이며 균형 잡힌 맛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방식도 다릅니다. 서양식 바는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근함이 있다면, 일본식 바는 좀 더 정중하고 진중함이 느껴지죠.

‘일본의 바’하면 제가 항상 떠올리는 곳이 있습니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하이파이브(High Five)’라는 곳인데요. 일본식 바 문화를 경험하기 좋았던 장소입니다. 하이파이브의 특징은 커다란 구 형태의 얼음인 ‘아이스 볼’을 바텐더들이 직접 깎아준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바텐더들이 칼로 조각해 볼 형태로 직접 만들었죠. 요즘엔 아이스 볼 얼음을 주문해서 사용하지만, 하이파이브에서는 아이스 볼을 깎는 바텐더들을 아직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 아이스 볼을 넣으면 얼음이 잘 녹지 않습니다. 덕분에 음료 본연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죠. 시각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요.

일본인들은 칵테일도 좋아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선호하는 한 두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주 칵테일을 마신다고 하죠. 최근에는 찻잎을 말려 가루로 만든 일본의 맛차(抹茶, まっちゃ)를 이용한 티 칵테일도 유행하고 있다고 하니, 저도 언젠가는 일본에 방문해 맛차를 이용한 티 칵테일을 즐겨 볼 계획입니다. 물론 아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죠. 그래서 아쉬운 마음은 달래주고 여행 온 기분은 내줄 수 있는 칵테일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칵테일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고된 하루를 잊게 만드는 치트키 ‘위스키 하이볼(Whisky Highball)’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도 고깃집이나 선술집 같은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이볼 칵테일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1895년 발간된 크리스 라울러(Chris Lawlor)의 『더 믹시콜로지스트(The Mixicologist)』라는 책에 기록됐다는 게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1894년 패트릭 더피(Patrick Duffy)라는 사람이 한 유명 영국 여배우에게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도 있죠. 바텐더들끼리 음료에 관해 얘기하던 ‘슬랭(Slang)’이 시초라는 말도 전해집니다. 슬랭은 점잖지 않지만, 통속적으로 쓰는 말을 뜻하죠. 도수가 높은 술에 소다를 타는 방식을 바텐더들끼리 ‘하이볼’이라고 불렀다는 슬랭이 있었다는 설입니다. 하이볼은 무엇보다 뒷맛이 개운합니다.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라 그렇죠. 양념이 많이 들어간 안주나, 앉은 자리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하루의 고됨을 털어버리는 그런 술자리에 딱 어울릴 칵테일입니다.

도수 12%, 청량한 탄산감 뒤에 따라오는 부드러운 위스키 향의 ‘위스키 하이볼’. 사진 김형규

도수 12%, 청량한 탄산감 뒤에 따라오는 부드러운 위스키 향의 ‘위스키 하이볼’.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위스키 60mL, 탄산수, 하이볼 글라스(맥주잔 혹은 약간 긴 잔을 사용해도 됩니다).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용량대로 위스키를 넣어준다.
2. 글라스 안에 얼음을 가득 넣고 취향에 따라 탄산수를 채운다.
3. 내용물들을 잘 저어 마무리한다.

② 때로는 슈터, 때로는 마티니 ‘카미카제(Kamikaze)‘
카미카제 칵테일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해군기지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알려져 있죠. 카미카제 칵테일에는 세 가지 재료만 들어갑니다. 보드카와 라임 주스, 오렌지입니다. 상큼함이 돋보이며 끝에는 적당한 묵직함이 따라오는, 대표적인 식전주 칵테일이죠. 마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칵테일글라스에 따라 마시는 ‘마티니’ 스타일, 그리고 샷 잔에 따라서 한입에 마시는 ‘슈터’ 스타일입니다. 상큼한 맛 덕분에, 클럽이나 라운지처럼 격식 없고 신나는 장소에서는 ‘슈터’로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기분과 장소에 따라 원하는 방법으로 마시면 되는, 활용도 높은 칵테일입니다.

도수 24%, 은은한 시트러스 향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맛의 ‘카미카제’. 사진 김형규

도수 24%, 은은한 시트러스 향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맛의 ‘카미카제’.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보드카 45mL, 꼬인트루 15mL, 라임주스 20mL, 칵테일글라스, 레몬 트위스트 또는 라임 트위스트.

만드는 법
1. 재료를 전부 칵테일 셰이커 안에 부어준다.
2. 얼음과 함께 적당한 속도로 흔들어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차 거름망을 이용해 내용물을 부어준다.
4. 레몬 트위스트 또는 라임 트위스트로 마무리한다.

DRINK TIP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타케우치 마리야(竹内 まりや) - Plastic Love
▪ 보드카 맛있게 마시는 방법
보드카는 냉동실에 보관해도 얼지 않습니다. 냉동실에 보관한 보드카가 얼음처럼 차가울 때 한 잔씩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 보낼 정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한 가지 더! 만약 냉동실 안의 공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마티니 글라스는 냉동실에 보관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때 냉동실에 얼어 있던 글라스에 칵테일을 마시면 차가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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