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후소송 24%가 최근 2년새 집중…기업 소송 늘어날것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8:01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석유 시추 시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석유 시추 시설. AP=연합뉴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이 2000건을 넘는 가운데, 이 중 4분의 1이 최근 2년새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에 대한 소송이 늘어나는 동시에 화석연료, 음식, 농업, 플라스틱 등 다양한 기업이 기후 소송에 휘말렸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런던 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와 환경연구소'가 3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36년간 전 세계적으로 2002건의 기후 소송이 제기됐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판결이 나온 소송을 모두 합친 수치다. 이들 소송은 44개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 재판소 15곳에 제기됐다. 미국이 1426건(71.2%)으로 가장 많고, 호주와 영국, EU가 뒤를 이었다. 소송 주체는 비정부기구(NGO)나 개인, 또는 이 둘이 결합한 경우가 많았다.

기후 소송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최근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0년 1월~올해 5월 2년여 동안 소송 475건이 새로 나왔다. 전체의 23.7%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미국(321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제기된 것도 32건(6.7%)에 이르렀다.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특히 석유와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연료 업계를 상대로 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과 화석연료 채굴·공급망과 관련한 기업들이 주된 대상인데, 미국 밖에서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기업 임원 등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소송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국제 소송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 소송 기업의 범위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업에 제기된 38개 소송 중 16건이 화석연료 기업을 향했다. 나머지는 음식, 농업, 수송, 플라스틱, 금융 등의 분야에 뿌리를 둔 기업들이었다. 보고서는 "앞으로 섬유나 운송, 항공 기업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스페인의 한 자연공원이 가뭄을 겪으면서 말라붙은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5월 스페인의 한 자연공원이 가뭄을 겪으면서 말라붙은 모습. AFP=연합뉴스

기후 소송이 모두 다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정부·기업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런던 정경대 연구소가 이미 판결이 내려진 454건(미국 외 기준)을 분석했더니 절반 넘는 245건(54%)이 기후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왔다. 보고서는 "기후 소송은 화석연료 퇴출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소송은 정부가 정책, 허가, 보조금 등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지원하는 게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특히 개도국에서 제기된 소송은 석탄·가스·석유 등에 의존한 경제 개발을 가속하려는 국가 정책에 도전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정부나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기술 등에 의존해 과도한 약속을 하면 이를 문제 삼은 소송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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