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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그날 7물 8물 사리"...1.8t 유나네 車, 80m 떠내려간 까닭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유리 깨진 채 한 달 만에 인양…내부엔 시신 3구

29일 오후 12시5분쯤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방파제에서 약 80m 떨어진 가두리양식장 해상에서 바지선에 실린 25t급 크레인이 육중한 기계음을 내며 차량 한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 가족이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우디 차량이었다. 차량은 앞 유리가 깨진 처참한 모습으로 한 달여 만에 물 위로 끌어올려졌다. 전날 경찰이 수심 10m 지점에서 해당 차량을 발견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은 번호판을 확인해 인양된 차량이 조양 일가족이 타던 것과 같은 차량임을 확인했다. 인양을 마친지 1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20분에는 차량 안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류품 분석 및 지문 대조 등을 거쳐 이들 시신이 조양 일가족이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사를 위해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 방파제에서 경찰이 10m 바닷속에 잠겨있는 조유나(10)양 가족의 차량을 인양한 뒤 조사를 위해 지상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방파제서 떨어져 80m 이동? 전문가 “충분히 가능”

이날 인양된 아우디 차량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곡항 방파제에서 약 8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장소의 수심은 10m였으며, 차량이 뒤집힌 채 차량 앞부분 일부가 개펄에 묻혀 있었다.

차량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무게 1.8t의 아우디 차량이 어떻게 추락 지점에서 80m나 떠밀려 갔는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대에 사는 어민과 해경의 말을 종합하면 일대 연안은 수심이 약 3m이지만, 방파제 너머 전복·우럭 등 가두리양식이 가능한 곳은 수심이 10m에 이른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앞바다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의 아우디 차량에 대한 인양작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인근 앞바다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의 아우디 차량에 대한 인양작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수면의 부력과 조류, 자동차의 속력 등 요인의 영향으로 차량이 떠내려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선 군산대 해양운송과학기술학부 교수는 “차량 무게가 2t에 가깝지만 바다에 빠졌다고 해서 곧장 수직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며 “차 내부에 물이 완전히 들어찰 때까지 부력이 작용하고, 이런 상태에서 조류의 흐름을 따라 흘러나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썰물 때 완도항 일대의 조류 흐름이 최고 2.2노트(knot·시속 4.1㎞)에 달한다는 국립해양조사원 측정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1노트면 배가 조류의 힘만으로 1시간 만에 1852m를 갈 수 있다는 점에서 2.2노트의 조류 흐름은 이 정도 무게의 자동차를 충분히 이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차가 방파제에서 가속을 한 끝에 빠졌다면 포물선을 그린 후 바다에 떨어지고, 곧장 썰물에 휩쓸리면서 떠밀렸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차량이 바다에 추락한 이후 일정 거리를 떠밀려간 후 엔진룸이 있어 무거운 차의 앞부분이 부드러운 형질의 갯펄에 안착하고 차량 일부가 파묻히면서 더 이상 떠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에서 경찰이 실종된 조유나양 가족 차량을 바닷속에서 인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9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 인근에서 경찰이 실종된 조유나양 가족 차량을 바닷속에서 인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부모 ‘완도 물 때’ 검색…조차 클 때 사고 나

경찰에 따르면 조양의 부모가 실종되기 전 ‘완도 물 때’ 등을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고가 일어날 무렵에는 이 일대 조차가 매우 크고 물살도 셌던 것으로 확인됐다.

송곡항에서 평생 30년 넘게 가두리양식장을 한 어민 위모(70)씨는“지난달 30일, 31일이면 7물(일곱물) 8물(여덟물) 사리 때여서 밀물과 썰물 모두 강하게 들이치고 빠지는 시기”라며 “썰물 때 드러나는 지형을 보면 송곡항 방파제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이후 경사가 급해진다”고 말했다. 방파제 끝에서 차량이 빠진 후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따라 조금씩 떠밀려 양식장 부근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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