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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나달, 그의 승리 뒤엔 ‘12가지 버릇’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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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물병 가지런히 놓는 나달. 그가 지키는 각종 루틴은 경기 중 집중력을 높인다. [AP=연합뉴스]

물병 가지런히 놓는 나달. 그가 지키는 각종 루틴은 경기 중 집중력을 높인다. [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세계랭킹 4위·스페인)이 3년 만에 출전한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나달은 28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프란치스코 세룬돌로(41위·아르헨티나)를 3-1(6-4, 6-3, 3-6, 6-4)로 물리쳤다. 3시간 33분간의 접전이었지만, 나달은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 이로써 그는 3년 만의 윔블던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는 4강에 올랐던 2019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윔블던 코트에 서지 못했다. 2020년 윔블던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취소됐고, 지난해엔 부상으로 불참했다. 유로스포르트는 “위대한 나달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 오른발부터 내딛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경기장에 들어설 때 오른발부터 내딛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나달은 이번 대회 불참도 고려했다.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이 최근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선 마취 주사를 맞으면서 뛰었다. 이후 휴식과 치료에 집중했다. 통증이 사라져 윔블던에 참가했지만, 잔디 코트 적응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과 달리, 윔블던은 잔디 코트에서 치러진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는 역대 최다인 14회 우승을 거둬 ‘흙신’으로 불리지만, 윔블던에선 두 차례(2008·10년) 우승에 그쳤다. 나달은 “난 매일 시험을 치르고 있고, 오늘 시험은 더 중요했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윔블던 코트를 다시 밟았고, 첫 경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달의 다음 상대는 리카르다스 베란키스(106위·리투아니아)다.

한 손엔 라켓, 다른 한 손에는 라켓 5개가 든 가방을 들고 코트에 들어서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한 손엔 라켓, 다른 한 손에는 라켓 5개가 든 가방을 들고 코트에 들어서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보유한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횟수 경신에 도전한다. 현재 22승으로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로저 페더러(스위스·이상 20회 우승)보다 2회 앞섰다. 올 초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석권한 나달이 윔블던까지 휩쓸면 생애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모두 석권)’ 기회를 잡는다. 8월 US오픈만 남게 된다. 1968년 오픈 시대(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참가 허용) 이후 로드 레이버(호주·1969년) 단 한 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나달의 12가지 루틴

나달의 12가지 루틴

이번 대회에선 나달의 변치 않는 루틴도 눈길을 끌었다. 영국 미러는 28일 “나달은 무려 20년(19년) 가까이 코트를 누볐는데, 오랜 현역 생활을 통해 경기 도중과 전후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루틴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루틴은 운동 수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일관성 있는 행동을 뜻한다.

매 포인트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매 포인트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나달의 루틴은 총 12가지다. 국내에선 ‘루틴 부자’로 불린다. 이 중 서브 루틴은 나달의 전매 특허다. 우선 발로 서브 라인을 닦은 뒤, 라켓으로 왼발과 오른발을 한 번씩 툭툭 친다. 그다음엔 바지 뒤쪽에 손을 대고 엉덩이에 낀 속옷을 잡아당겨 빼는 듯한 동작을 한 뒤, 오른쪽과 왼쪽 상의 옷깃을 번갈아 만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 손으로 코, 왼쪽 귀, 다시 코, 오른쪽 귀 순으로 만져야 서브를 넣을 준비가 끝난다.

조코비치는 2009년 로마 오픈 결승에서 패한 뒤, 우승자 나달의 서브 루틴을 흉내 내기도 했다. 미러는 “나달은 서브 준비 과정을 마치는 데 30초나 걸린다. 한 경기에서 서브 루틴을 무려 146차례나 한 적도 있다. 상대 선수에겐 매우 거슬리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나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다. 코트 위 나만의 개성”이라고 밝혔다.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상대보다 늦게 코드에 복귀하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상대보다 늦게 코드에 복귀하는 나달. [로이터=연합뉴스]

물병 루틴도 그의 서브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는 휴식시간에 에너지 음료-생수 순으로 마시는데 물병 위의 상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코트를 향하도록 일렬로 배치하는 습관이 있다. 2015년 호주오픈 4회전 경기 도중 나달의 물병이 바람에 쓰러졌다. 그러자 볼보이가 달려가 나달의 물병을 세웠다. 나달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본 나달과 관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나달의 루틴이 개인 습관을 넘어 팬과 경기의 일부가 된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물병을 상표가 코트로 향하게 세운 나달. [AP=연합뉴스]

물병을 상표가 코트로 향하게 세운 나달. [AP=연합뉴스]

이외에도 찬물 샤워, 오른발부터 코트 입장, 점프 몸풀기, 양말 길이 맞추기 등 나달 만의 독특한 습관이 있다. 미러는 “같은 행동 반복은 심리적 안정을 찾는 과정”이라고 봤다. 그의 팬들은 “승리 패턴”이라고 부른다. 나달은 “미신이 아니다. 머릿속을 정돈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내가 이기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여자단식 1회전 탈락= ‘테니스 여왕’ 세리나 윌리엄스(1204위·미국)는 여자 단식 1회전에서 하모니 탄(115위·프랑스)에게 1-2(5-7, 6-1, 6-7〈7-10〉)로 져 탈락했다. 올해 41세인 윌리엄스는 지난해 대회 1회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뒤 1년간 공백기를 거쳐 이번 대회에 복귀했다. 현지 취재진이 “이번이 마지막 윔블던이냐”고 묻자 윌리엄스는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나도 모른다”면서 “누가 알겠나? 내가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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