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언의 시시각각

경찰은 정말 독립을 원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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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상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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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에 큰 무궁화 두 개가 박힌 경찰 치안감 30명(해경 제외) 중 가장 끗발이 센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은 모르겠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치안비서관이었다. 답변이 과거형인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 자리를 없애버려서다.

가용 인력과 예산으로 따지면 13명의 지방경찰청 수장 권한이 월등하지만, 치안감 인사가 나면 언론과 경찰은 누가 ‘치비’(경찰은 통상 치안비서관을 줄여서 이렇게 불렀다)가 됐는지에 먼저 주목했다. 그가 차기 경찰 실권자 경쟁의 선두주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었다.

청와대 통제는 순순히 따르고
경찰위원회 실질화 외면하더니
장관 위임 통치엔 집단적 반발

과거를 보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0년간 12명의 경찰청장이 임명됐는데 그중 6명(최기문·허준영·이택순·이성한·강신명·이철성)이 치비 출신이다. 치비→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이 전형적인 출세 코스였다. 사례가 절반에 그친 것은 정권이 다른 진영으로 넘어가 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됐거나 치비 본인이 뇌물 수수 등의 문제를 일으켜서였다. 최근에 사의를 밝힌 김창룡 경찰청장은 치비는 아니었으나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대통령 권력은 치안감·경무관 중에서 최고의 ‘믿을 맨’을 청와대 비서관실로 부르고 이후에 실질적으로 경찰을 관장하는 자리에 앉히는 방식으로 경찰을 통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치비가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총경 이상의 경찰 간부 인사 안을 만들었다. 경찰청장이 보낸 초안이 참고자료 취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규모 시위나 파업에 대한 경찰 대응 수위를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이 결정하지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범죄 수사도 경찰이 단독으로 수사 규모와 방법을 택하지 못했다. 청와대와의 ‘조율’ 과정을 거쳤다.

정부 사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나라에서 그가 경찰 고위직 인사나 파업 대응 등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야 할 일을 하고 결과에 최종 책임을 지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다. 불순한 의도로 경찰력을 동원하거나 정권의 비리를 은밀히 덮어버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청와대 개입의 역사에서 보듯 경찰이 독립을 이룬 적이 없다. 통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경찰을 상상하기도 어렵거니와 그게 과연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모든 정부 조직을 대통령이 관장하는 것은 헌법적 상식에 속한다. 경찰만 예외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과거처럼 민정수석 등을 통해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든, 법무부 장관이든 대통령이 국무위원에게 그 일을 일임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경찰 자문기구 성격이 강한 국가경찰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바꾸는 길이다. 위원회에 인사·예산·감찰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첫째는 윤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과거의 민정수석 역할을 하는 참모를 두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이다. 셋째 길로 가려면 경찰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효율성 등 따져봐야 할 게 많다. 통치권자 입장에서는 경찰과의 거리가 멀어진 데서 생기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남은 것은 둘째, 즉 장관을 통한 위임 통치다. 윤 대통령은 그것을 택했다.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인사·감찰 등에 대한 권한을 주려고 하자 경찰은 독립성이 훼손된다며 집단적으로 반발한다. 청와대 비서관을 통한 암묵적 통제에는 내내 별말이 없다가 정식 정부 체계를 거쳐 관여하겠다고 하자 아우성이다. 2020년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에서 벗어날 때 경찰 감독 강화 방안의 하나로 ‘경찰위원회 실질화’가 떠올랐다. 그때 경찰도,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금에 와서는 경찰위원회를 통한 독립성 보장을 주장한다. 도무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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