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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9월부터 지역가입자 65% 3만6000원 덜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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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축소돼 지역가입자의 65%인 561만 세대가 월평균 3만6000원씩 덜 내게 된다. 반면에 직장가입자 45만 명과 피부양자 27만 명은 건보료를 지금보다 더 내거나 새로 내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방안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안을 30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건보료 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17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한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연간 2조원가량의 건보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

이번 개편으로 은퇴자나 자영업자, 일용근로자 등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매기는 건보료의 공제 폭이 확대된다. 그간 지역가입자 상당수는 소득보다 과도하게 많은 건보료가 부과돼 정해진 보험료율(6.99%)을 적용받는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9월부터는 지역가입자의 재산 건보료를 매길 때 일괄적으로 재산과표 5000만원이 공제된다. 지금은 재산 수준에 따라 500만원에서 1350만원까지 차등 공제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재산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의 37.1%가 납부하지 않게 된다.

자동차에 대한 건보료도 대폭 줄어든다. 현재는 1600cc 이상 차량, 1600cc 미만이나 4000만원이 넘는 차량에 건보료가 부과되지만 앞으로는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에만 건보료를 매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건보료 부과 대상은 현재 179만 대에서 12만 대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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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개 등급별로 점수를 매겨 건보료를 부과하는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 산정 방식은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소득에 보험료율을 곱하는 ‘소득정률제’ 방식으로 바뀐다. 종전에는 연 소득 100만원대의 저소득층이 소득 대비 20%의 건보료를 내고, 연 소득 11억원이 넘는 고소득층은 소득의 7%만 건보료를 내는 역진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고소득 지역가입자 23만 명의 건보료가 월평균 31만4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2만원 인상된다.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현행 1만4650원)도 직장가입자의 1만9500원과 동일하게 바뀐다. 최저보험료를 내던 지역가입자 242만 세대가 월평균 4000원의 건보료를 더 내게 된다. 현수엽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최저보험료를 내던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2년간 인상분을 전액 면제하고, 이후 2년간 인상액의 절반만 부과하는 경감 대책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복지부는 이 같은 건보료 개편으로 지역가입자(859만 세대) 중 65%인 561만 세대의 건보료가 월평균 15만원에서 11만4000원으로 3만6000원(2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개편으로 직장가입자(1909만 명)의 피부양자(1809만 명) 중 연 소득이 2000만원 넘는 27만3000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다. 이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납부하게 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갑자기 건보료를 내게 된 세대에 대해 4년간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첫해 80%를 깎아주고 2년차에 60%, 3년차에 40%, 4년차에 20% 등 오는 2026년 8월까지 단계별로 건보료를 경감한다.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기존 피부양자는 월평균 3만원의 건보료를 납부하게 된다. 연차별로 약 15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부담 수준이 조정된다.

당초 국회는 2단계 개편 때 연 소득 1000만원 넘는 피부양자의 재산 요건을 과표기준 5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재산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최근 4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국 부동산 공시가격이 55.5% 상승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연 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지역가입자는 시세 13억~21억원에 해당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계속 피부양자로 남아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번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의 ‘불평등 건보료’는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지만, 직장가입자에 얹혀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피부양자에 대한 개편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가의 아파트 등을 가진 피부양자 2만3000명은 여전히 건보료를 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바꿔 나간다는 방향성에 따른 것이지만 지역가입자의 재산·자동차 건보료는 없애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의 재산을 보유한 일부 피부양자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월급 외 수입이 많은 직장가입자는 건보료를 더 내게 된다. 현재는 임대, 이자·배당, 사업소득 등 월급 외 소득이 연 34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건보료가 추가됐지만 앞으로는 2000만원을 넘으면 건보료를 부과한다.

다만 단 1만원 차이로 과도한 건보료가 부과되는 일이 없도록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만 건보료를 매기기로 했다. 만약 월급 외에 부동산 임대 소득을 연간 2100만원 올리는 직장인의 경우 2000만원을 초과하는 100만원에만 건보료(보험료율 6.99%)가 부과돼 월 5820원의 건보료를 더 내게 된다. 이에 따라 45만 명의 ‘부업’ 직장인(전체 2%)의 건보료가 월평균 33만8000원에서 38만9000원으로 5만1000원 인상될 전망이다. 98%의 직장가입자는 건보료가 변하지 않는다.

이번 건보료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보료가 낮아지면서 올해 약 7000억원의 건보료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조800억원가량의 건보 재정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안 시행은 2017년부터 예정돼 있던 것이어서 그간 재정 추계 등 건보 재정 운영에 고려돼 왔으며 예측된 재정 범위 내에서 시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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