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에너지 수퍼스테이션에 연료전지 설치를 허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학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학학과 교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개발사업 투자는 그간 급격하게 위축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훼손돼 에너지 공급은 부족하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서 전 세계는 에너지 쇼크로 신음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주된 전기 수요처는 수도권 등 대도시이기에 원거리에서 생산된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송전선로 부족으로 멀쩡하게 지어 놓은 발전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 수용성 부족으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발전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송전선로가 부족해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수요지 인근에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요지는 대부분 대도시라 발전소 수용성은 더 떨어지고 적당한 부지를 찾기 어렵다. 결국 주민 수용성을 담보하면서 기존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분산형 발전소가 필요하다.

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 바로 산업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수퍼스테이션이다. 이것은 휘발유·경유·LPG 등을 취급하는 기존 주유소나 충전소에 연료전지를 추가로 설치해 생산된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차·수소차 충전까지 가능한 공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행법상 주유소 및 충전소에는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없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주유소 내 설치 가능 건축물 및 시설물이 규정되어 있는데, 설치 가능 건축물에 연료전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연료전지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 에너지 수퍼스테이션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는 6월 새 정부경제정책방향 등 여러 차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주유소 내 설치 가능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추가하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에너지 수퍼스테이션 투자 활성화로 일자리 및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분산 전원 보급도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주유소·충전소는 신개념 복합공간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충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기차·수소차에도 희소식이 될 것이다. 규제개혁을 서둘러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학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