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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시초는 엘비스…스타가 자기 삶 통제 못하면 영혼 파괴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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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연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갓 가수 데뷔한 시절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을 연기했다. 체중이 불어난 중년 엘비스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은 5시간 특수 분장을 거쳤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연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갓 가수 데뷔한 시절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을 연기했다. 체중이 불어난 중년 엘비스의 마지막 콘서트 장면은 5시간 특수 분장을 거쳤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1935~77)의 삶과 음악이 스크린에서 부활한다. 다음 달 13일 개봉하는 ‘엘비스’는 그를 세계 최초 아이돌로 재조명한 전기영화.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2001), 셰익스피어 원작을 현대화한 ‘로미오와 줄리엣’(1996) 등 감각적 음악영화를 만든 바즈 루어만(60)이 각본·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 멤피스 흑인 동네에서 트럭을 몰던 가난한 신인 가수 시절부터 사망 직전까지, 엘비스의 20년 가까운 세월을 상영시간 159분에 담아냈다. 엘비스 역의 신인 배우 오스틴 버틀러(31)의 흡인력이 놀랍다. 영화 ‘데드 돈 다이’(20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등의 조·단역을 거쳐 이번에 오디션을 통해 주역을 꿰찼디. 그는 촬영을 위해 2년간 갈고닦은 가창력, 골반 털기 등으로 ‘제왕’의 생전 무대를 되살렸다. 엘비스의 딸 리사 마리 프레슬리는 처음 영화를 보고 오스틴 목소리를 아버지 목소리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버틀러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참여한 무브먼트 코치와 함께 엘비스의 걸음걸이, 손동작까지 재현했다. 결말부에 삽입된 엘비스의 실제 공연 실황 장면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28일 버틀러와 루어만 감독이 화상으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바즈 루어만 감독

바즈 루어만 감독

오스틴 버틀러를 엘비스 역에 낙점한 이유는.
루어만 감독 “아이돌은 우상(Idol)화돼 숭배받는 존재로 만들어진다. 완벽하고 이상적이고 항상 우리보다 낫고 영감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그런데 혼자 있을 때 그의 영혼은 어떨까. 캐스팅의 주안점이었다. 오스틴은 오디션에 오기 전부터 엘비스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 이 역사적 인물의 내면 표현은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다.”
마지막 콘서트는 엘비스 생전 육성을 추출해 배우 음성과 섞었다는데.
버틀러 “제가 가수가 아니고 수줍음도 많아서 보컬 코치와 최선을 다해 연습하며 엘비스와 목소리 톤을 닮으려고 했다. 1950년대 데뷔 초 노래는 100% 제 목소리다. 후반부 ‘언체인드 멜로디’는 엘비스의 라이브 녹음으로 남아있던, 파워풀하면서도 들으면 마음 시린 생전 목소리를 넣었다.”

루어만 “기술적으로 1960년대까지 녹음된 곡들은 엘비스 음성을 쓸 수 없었고, 후대 곡들은 목소리를 섞어 썼다. 처음 캐스팅했을 때 오스틴이 ‘친구·엄마 앞에서나 노래해 봤다’고 했는데, 연습 결과는 정말 놀랍더라.”

“젊은층은 엘비스를 핼러윈 의상 정도로 알죠. ‘블랙핑크’ 로제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릴로와스티치’를 통해 엘비스에 관해 처음 들었다더군요.” 루어만 감독은 엘비스가 사실 역사상 첫 아이돌이자, 대중문화 유행의 창조자란 걸 부각하고 싶었다고 했다. “낡은 이미지를 벗겨내고 엘비스가 지금 젊은 세대,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며 특히 엘비스의 악덕 매니저 톰 파커 대령 캐릭터를 언급했다.

파커는 엘비스를 세계적으로 키운 매니저이지만, 아이돌 착취 시스템의 창시자나 다름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배우 톰 행크스가 그의 이중적인 면모까지 그려냈다. 첫 장면부터 영화 전체 해설자로 나서는 톰 파커는 비중도 엘비스 못지않다. 엘비스의 폭발적 무대, 고뇌하는 내면에만 몰입하고픈 관객에겐 방해물 같다.

루어만 감독은 “톰 파커는 어린 엘비스한테서 상업적 잠재력을 봤고, 역사상 첫 번째 아이돌을 만들었다”며 “K팝 같은 대중음악 문화의 창시자가 엘비스”라고 K팝과의 연관성을 짚었다. “한국 음악 관계자들과도 잘 아는 사이인데,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고민할 문제”라며 “비즈니스만큼이나 아티스트의 정신 건강도 중요하다. 본인의 삶, 영혼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면 파괴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루어만 감독이 ‘엘비스’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이해하려면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며 “카메라 한 대면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다. 브이로그에 양치질 모습을 올린 거로도 눈 깜짝할 사이 유명해진다. 요즘 세대에게 유명세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명세’란 개념이 급부상한 1950~70년대 미국 사회의 변화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엘비스였던 것. 돌풍 같은 스타덤에 올랐다가 불과 마흔둘에 요절했다.

이번 작품으로 무명을 벗은 버틀러는 엘비스가 주는 교훈을 이렇게 짚었다. “많은 관심을 받으면 현실 감각이 왜곡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나 자신의 관점이 뒤틀릴 수 있죠. 어떻게 중심을 잡고, 굳건하게 나의 어린 시절, 본질을 기억하며 유지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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