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연못 위 황금연꽃…그가 서울에 마법을 걸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00:02

업데이트 2022.06.30 10:53

지면보기

종합 18면

장미셸 오토니엘이 덕수궁 연못에 설치한 황금연꽃. 불교에서 연꽃은 고행과 깨달음을 의미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혀 만들었다. 오토니엘의 작품은 자연, 건축과 어우러지며 기존의 공간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장미셸 오토니엘이 덕수궁 연못에 설치한 황금연꽃. 불교에서 연꽃은 고행과 깨달음을 의미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혀 만들었다. 오토니엘의 작품은 자연, 건축과 어우러지며 기존의 공간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야외정원 나무에 걸린 '황금목걸이'. Claire Dorn촬영.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야외정원 나무에 걸린 '황금목걸이'. Claire Dorn촬영.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노란 어리연꽃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 반짝이는 황금연꽃이 피었다. 연못 가운데 소나무 가지에는 황금목걸이가 걸렸다. 신기하다. 작가가 동화 속 거인의 보석 같은 금박 작품 7개(황금연꽃 4개, 황금목걸이 3개)를 늘어놓자 연못은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무대 위 배우처럼 존재감을 빛내기 시작했다.

덕수궁과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장-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
"예술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잠시 만나는 것"

프랑스 중견 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이 덕수궁 정원과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과 본관 세 곳에 신비로운 마법을 펼쳐놓았다. 유리·스테인리스스틸·금박으로 빚은 작품 74점이 덕수궁 연못에서 미술관으로 이어지며 주변 풍경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뭔가 극적인 아름다움’을 원했던 이들에게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은 올해 꼭 봐야 할 전시임이 틀림없다.

“꽃들 의미 파고드는 데 10대를 바쳤다”

프랑스 광업도시 생테티엔에서 자란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신화에 기반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유리와 철을 재료로 환상적인 조형 작품을 선보여왔다. 다양한 ‘꽃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은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혀 완성한 ‘황금연꽃’은 고행과 깨달음을 상징한다. 소나무 가지에 걸린 ‘황금목걸이’는 소원을 비는 나무처럼 꿈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자연·건축물과 하나로 어우러진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고, 친근해 보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도 장인들이 만든 청색 유리 7500개로 완성한 ‘푸른강’(26m, 폭 7m) 앞에 선 오토니엘. 하늘과 물,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빛을 반사하며 일렁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도 장인들이 만든 청색 유리 7500개로 완성한 ‘푸른강’(26m, 폭 7m) 앞에 선 오토니엘. 하늘과 물,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색이 빛을 반사하며 일렁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장. [사진 이은주]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시장. [사진 이은주]

서울 시립미슬관에 전시 중인 장 미셀 오토니엘 회화 작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시립미슬관에 전시 중인 장 미셀 오토니엘 회화 작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벽돌 작품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유리벽돌 작품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인도의 장인들과 협력해 완성한 유리벽돌 작품들이다. 미술관 내부 바닥에 설치된 유리 벽돌 7500여 장으로 완성된 ‘푸른강’(26m, 폭 7m)과 그 위에 매단 13개의 거대한 유리조각, 벽에 건 유리벽돌 부조 ‘프레셔스 스톤월’은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어우러져 오묘한 빛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최근 만난 오토니엘은 “우리는 아름다움과 경이를 느끼며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며 “관람객에게 그 마법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덕수궁 연못에 황금연꽃을 피웠다.
“한국의 역사적인 공간에 작품을 설치해 영광이다. 이전에 덕수궁을 방문한 적 있는데, 언젠가 이 정원에서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고즈넉하고, 한국 정원 특유의 시적인 느낌이 있는 이곳에 작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마법’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말하는 마법이란,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평소와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은 현실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준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역시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실과 다른 세계 경험하는 마법 선사”

꽃에 매료된 소년이었다고.
“어릴 때 시골 할머니 댁 정원에서 만난 꽃들과 계절의 변화가 내겐 황홀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열두 살 무렵부터는 꽃들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가는 데 빠졌다. 꽃들의 의미를 파고드는 데 내 10대의 열정을 바친 것 같다.”
정원과 꽃은 당신에게 무엇일까.
“정원은 내가 꿈꾸는 공간이었고, 꽃은 내게 현실과 환상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꽃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현실을 다르게 보여줄까 상상한다.”
‘미술관 밖’ 전시를 중시한다고.  
“2000년 파리 지하철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역에 작품을 설치하며 미술관 아닌 일상 공간에서 작품을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사람들이 출퇴근 길에 작품을 보고 잠시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공공미술은 작가에게 여러모로 어려운 작업이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에 대한 열망은 포기할 수가 없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이런 전시를 선보인다는 것은 매우 용감한 일이다. 공공 미술관이 있기에 나와 같은 예술가들이 꿈꾸던 일을 마음껏 표현해볼 수 있다. 이게 바로 ‘미술관의 마법’이다.”

관련기사

자연, 건축과 ‘하나’ 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공원이든, 궁이든, 미술관이든 공간과 대화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덕수궁과 같은 역사적인 공간은 작품을 더 역동적으로 만들어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더해준다. ”

이은주 기자의 다른 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