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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전략으로 북 인사 관심 끌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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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공단

오공단

“실패는 공기처럼 늘 주변에 있다. 이를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인간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미국의 양대 국책 연구기관인 랜드(RAND)와 국방연구원(IDA)에서 34년간 정책 연구에 몰두했던 오공단(사진) 미국 IDA 동아시아 책임 연구원의 회고록(『미국 정책 연구원의 삶과 체험』) 가운데 일부다.

평생을 한반도 안보 연구에 몰두해온 만큼 북측 인사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있다. 저자는 2001년 초봄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비상임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영국 윌턴 파크의 아시아회의에 발제자로 초청받았다. 회의에는 북한 대사와 부관들도 참석했다.

주최 측의 배려로 이용호 당시 영국 주재 북한 대사의 옆방을 배정받았지만, 북측 인사들이 철두철미하게 외면하면서 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저자는 “별 볼 일 없는 물건이나 사람이라도 아주 희귀한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생긴다”면서 “이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하는 국가가 바로 북한”이라고 말한다. 외부 세계 사람들이 북한 지도층 간부를 보면 대화를 해보려고 안달하니 점점 더 버티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그는 북한 사람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이용호 대사 일행을 본척만척하며 관심을 끄는 전략을 펼쳤다. 결국 세 명의 북한 관리들이 칵테일 타임에 먼저 말을 걸어왔다. 브루킹스 월급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는 젊은 세대를 향해 실패도 인간 삶의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왜 실패가 있었는지 되새겨 보고, 다시 새 방향을 찾는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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