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9월부터 소득이 많은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27만3000명에 보험료를 물린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가족에 생계를 의존해 건보료를 내지 않고 건보 혜택을 누린다. 정부는 피부양자 연 소득 기준을 현재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2021년 합산소득이 연간 2000만원 넘는다면 당장 9월부터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매달 167만원 이상 타는 은퇴자의 경우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월 평균 15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야하지만 갑작스레 부담이 늘지 않도록 4년간 보험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 Q&A
- 72세로 매달 200만원의 공무원 연금을 타고, 보험설계사로 일해 연간 432만원을 번다. 지방에 시가 2억 상당 토지가 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 건강보험에 얹혀 건보료를 내지 않았는데.
- 9월부턴 지역가입자가 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연 소득이 2832만원으로 이전까진 기준(3400만원 이하)에 못 미쳤지만 이 기준이 상향된다. 소득의 경우 연금소득 100만원(평가율 50% 적용)에 월 소득 36만원을 더한 136만원에 보험료율(6.99%)을 곱해 9만5060원의 보험료가 붙는다. 재산은 5000만원(재산 과표 1억원에서 5000만원 공제)에 대해 매긴 점수(268점)에 점수당 금액(205.3점)을 곱하면 5만5020원의 보험료가 발생한다. 따라서 총 15만80원의 보험료가 새로 생긴다.
- 당장 이 보험료를 다 내야 하나.
- 아니다. 최근의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신규 보험료를 한동안 일부만 부담하도록 깎아준다. 정부는 올해 80%를 경감하고, 다음 해부터 매년 60%, 40%, 20% 식으로 단계적으로 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따라서 일단 약 15만원에서 80%를 경감받아 9월에 당장 내야 할 보험료는 3만원 정도다. 2026년 9월부터 제대로 보험료를 낸다.
- 피부양자 몇 명이 얼마씩 건보료를 새로 부담하게 되나.
- 이렇게 전환되는 가입자는 연 소득 2000만~3400만원인 이들로 전체 피부양자의 1.5% 정도다. 정부는 27만3000명 대상자가 월평균 14만9000원씩(4년간 일부 경감)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렇게 하는 건가.
- 부담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간 피부양자로 인정받게 되면 소득과 재산이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 피부양률(1인당 1명)이 독일(0.29명), 일본(0.68명), 대만(0.49명) 등 해외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 원래 피부양자의 재산요건도 강화한다고 했는데.
- 국회서 2017년 3월 연 소득이 1000만원 넘을 때 재산 과표를 현행 5억4000만원(시가 13억) 이하서 3억6000만원(시가 8억6000만원)으로 하향하기로 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른 점(공동주택 공시가격 2019년부터 4년간 55.5% 상승)을 고려해서다. 재산 과표가 9억원이면 소득 관계없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소득이 2000만원만 넘지 않는다면 시가 13억원~21억6000만원 상당 집을 가졌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 월급 600만원에 이자·배당 소득으로 부수입이 연 2400만원 있는 직장인이다. 보험료 얼마나 오르나.
- 이전까지는 월급에 대해서만 월 21만원 보험료를 내야 했는데 9월부터는 2400만원의 이자·배당소득 중 2000만원을 공제하고 400만원에 대해서 2만3000원((400만원÷12개월)X 보험료율 6.99%)의 추가 보험료가 붙는다. 이전까지 보수 외 소득 기준이 3400만원이었는데 2000만원(월평균 167만원)으로 강화되면서다. 부수입이 있어도 연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건보료 변동이 없다.
- 이런 가입자는 몇 명이고, 보험료는 얼마나 더 내야하나.
- 정부 추산으로 직장 가입자의 2% 정도인 45만이 대상자다. 이들의 월별 보험료는 평균 33만8000원에서 38만9000원으로 5만1000원(15%) 오른다. 기존에는 이 비율이 1% 정도(23만명)이었다. 나머지 직장 가입자 98%(약 1864만명)의 보험료는 유지된다.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는 오르지 않나.
1인 사업자, 일용 근로자, 특수고용직, 은퇴자 등 지역 가입자 중에서도 오르는 이들이 있다. 고소득 가입자와 연금을 많이 받는 이들이다. 먼저 연금 평가율이 30%에서 50%로 오르면서 국민연금, 공무원·군인·사학 등 공적 연금소득이 대략 연 4100만원 이상인 8만3000만명의 건보료가 오른다. 대다수(95.8%)의 지역가입자는 연금 관련 보험료 변동이 없다. 이외에 소득에 붙는 보험료가 직장 가입자처럼 정률제로 바뀌면서 고소득자 23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평균 31만4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2만원 오른다.
- 일회성 억대 소득이 간혹 있었지만 해촉(퇴직)증명서를 제출하고 보험료를 감면 받았는데.
- 앞으로는 감면받더라도 이후 소득이 실제 발생했는지 여부를 검증받게 된다. 정부가 폐업 등으로 소득이 끊기거나 감소해 보험료를 조정받더라도 나중에 새 소득이 확인되면 사후정산제도를 통해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그 전까지는 당해연도가 아니라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다 보니 웹툰작가나 연예인 등이 한해 10억원을 넘게 벌어도 해촉증명서를 내면 이듬해 소득이 0원으로 처리돼 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있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