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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남시, 이대엽-이재명 시장시절 '독후파기' 동향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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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가 이대엽 시장과 이재명·은수미 시장 재직 시절 정치 정보 수집·민간인 사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동향보고' 문건을 매일 작성해왔다고 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측이 밝혔다.
 성남시 자치행정과가 작성 주체인 이 문건들은 '오늘의 주요 동향'이란 제목만 있을 뿐 공문서의 요건인 넘버링과 결재자가 없는데다, 이대엽 시장 시절인 2010년1월~6월과 이재명 시장 전반기 4년여(2010년7월~2014년11월)동안 작성된 문서들은 '독후파기(읽은 뒤 파기)'라는 지침이 적시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이기인 인수위원(국민의힘 경기도의원 당선인·전 성남시의원)은 "2010년1월~2022년5월31일 성남시청 인권보장팀과 분당구청 및 시내 각 동 주민센터가 매주 월~금 관내 상황을 취합한 동향보고서 3014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기인 위원에 따르면 이재명 시장 시절 성남시는 전임 이대엽 시장 시절 '지역상황'이란 이름으로 작성돼온 일일 동향보고를 없애지 않고 계속 작성했다. 이대엽 시장 시절부터 적시되온 '독후파기' 지침도 2014년11월26일까지 4년 넘게 유지했다. (다만 보고서 제목은 이 시장 취임 한달여인 2010년7월29일 '오늘의 주요 동향'으로 바뀌었고 2014년9월22일부터는 '오늘의 주요 지역 상황'으로 바뀌어 은수미 시장 재직중인 지금까지 이어졌다.)
 논란거리인 '독후파기' 지침은 2014년11월28일부터 보고서에서 사라졌다. 이기인 인수위원은  "성남시 의원 시절인 2014년11월27일 성남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겉표지에 '독후파기'라 적힌 그것'이라며 동향보고서의 존재를 폭로,추궁했는데 바로 다음날 '독후파기' 표현이 동향보고서에서 사라졌다"며"성남시가 동향보고서의 존재를 들키자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독후파기'지침을 즉시 없앤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조차 이 지침의 불법성,비도덕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고서에는 ^김무성 국회의원(전 새누리당 대표) 초청 강연 토론회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 최후 진술 관련 유인물 배포 ^선거운동중 폭행당해 입원한 시의원 후보 부인의 퇴원 ^특정 시의원을 소환하려는 주민 단체 움직임 같은 내용이 기재돼있다고 이 위원은 전했다.
 이 위원은 "집회 현장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찍은 채증성 사진이나 성남 FC 축구팀의 예산 삭감을 주장한 시의원들에게 성남 FC 팬들이 단체 항의 문자를 보낸 사실도 동향 보고에 들어있었다"고 했다. 이어 "일반 행사나 사고 등 지자체의 통상 취합 범위를 넘어 정치인과 민간인의 동향 등 사찰성 내용이 기재된 데다 성남시 스스로도 문서가 공개되면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독후파기'란 지침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2014년11월27일 성남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성남시 고위간부는 "거기(동향보고)에는 사건,사고,문화행사, 중앙(정부)의 성남시 방문, 집단민원 예측, 시 직원의 질병 등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를 보면 동향보고는 행정적 정보만 들어갈 뿐, 정치 정보나 사찰성 정보는 들어갈 수 없는 것임을 시 고위간부 스스로가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공무원이 생산하는 문서는 보존 연한 만기까지 파기할 수 없고 그 뒤로도 국가기록원에서 보존돼야 하는데, 정치적이거나 사찰성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독후파기'라는 해괴한 지침을 달아 작성한뒤 겉으론 파기하면서 뒤로는 시청 컴퓨터에 저장해왔으니 복마전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성남시 인권보장팀 소속 공무원 5~6명이 보고서를 담당해왔고, 시 산하 3개 구와 각 동에도 동향 담당이 있었다. 동에서 현장 동향을 보고하면 구에서 시로 올려 시장에게 보고하는 구조였다"고 했다.

신상진 인수위, '동향보고서' 3014건 입수 #2010년~올해까지 성남시 일일 보고 문건 #2014년11월까지 '읽은 뒤 파기' 못박아 의혹 #정치인 동정, 민간인 퇴원 등 담겨 논란 #시의원 폭로 직후 '독후파기' 빠져 눈길 #유튜브'강찬호 투머치토커' 보도 예정

이 위원은 "신상진 시장 당선인은 '취임 뒤 동향 보고를 절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그런데도 보고서를 작성해온 성남시 공무원은 '동향보고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놀랐다. 이유를 알아보고있다"고 했다.

 문서 입수 경위에 대해 이 위원은 "분당이 지역구였던 이종훈 국회의원 비서 시절인 2013년 성남시 경찰로부터 성남시가 작성한 '동향보고' 파일을 받고 존재를 알았다. 관내 경찰에게도 보고서가 공유된 것"이라며"시의원이 된 뒤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동향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추궁했으나 '파기돼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중 6.1 지방선거 뒤 신상진 당선인 인수위에 참여하게 돼 인수위원 자격으로 성남시에 동향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며"공무원들은 처음엔 '없다'고 하다가 '파기했으면 불법,  파기 하지 않았으면 내부 지침(독후파기)을 어긴 것이니 선택하라'고 압박하자 비로소 문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그는 "문서들은 비밀리에 인권보장팀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것으로 보이며, 종이로 인쇄된 문서는 시장에게 보고한 뒤 파기지침에 따라 파쇄해온 듯하다" 했다.

(이 기사는 30일 방송될 중앙일보 유튜브'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상세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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