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끈 론스타 ‘6조 국제소송' 종료…120일내 선고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10년을 끌어온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의 6조원 규모 국제 중재 소송 결과가 120일 이내에 나온다. 결과에 따라 수조원의 국고 손실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투자분쟁(ISDS) 진행 상황에 관해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9월 정부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투자분쟁(ISDS) 진행 상황에 관해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법무부는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29일(한국시간)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는 양측 간 중재 절차가 완료됨과 동시에 판정 선고만 남았다는 의미다. 중재판정부는 이날 이후 120일 이내에 판정을 선고한다. 단 120일 이내에 판정이 어려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80일 이내 선고한다. 180일을 모두 채워도 연내에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봤을 때 제3의 국제 중재 기구에 제소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구 외환은행 건물.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사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구 외환은행 건물. 가운데는 론스타 로고. 오른쪽은 2019년도 법무부 예산 및 기금 국회 심사 결과 문서. 사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론스타, 2011년 소송 제기…“매각 승인 미뤄 손해”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워싱턴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 46억7950만 달러(약 6조400억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10년째 이어졌다. 2016년 6월 최종 심리 기일이 종료되고 난 뒤로도 6년이 지나서야 모든 중재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약 4조7000억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챙기고 2012년 한국 시장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먹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론스타 사건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론스타는 지난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금융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승인을 미뤄 계약이 파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론스타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넘겼는데, 매각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가격 인하를 압박했다고도 주장한다. 아울러 국세청이 한국‧벨기에 간 이중과세협정방지에 따른 면세 혜택을 주지 않는 등 론스타에 부당하게 과세를 했다는 것도 론스타가 주장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HSBC 협상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매각 승인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정부가 가격 협상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 부분에 대해서는 “론스타가 내세운 벨기에 법인은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개별 과세처분마다 구체적 사실 관계를 고려했다”며 정당하게 세금을 매겼다고 맞섰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을 의장으로 관계부처 합동 ‘국제투자분쟁대응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절차를 수행해 왔다.

서면 제출은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진행됐으며, 2015∼2016년 총 4차에 걸친 심리기일이 진행됐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기존 의장 중재인이 건강 문제로 사임한 직후 사망하면서 선고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정부는 서면 제출 등을 통해 “론스타와 관련한 행정 조치를 함에 있어 국제 법규와 조약에 따른 내‧외국인 동등대우 원칙에 기초해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국회 계단에서 '론스타 먹튀' 방조를 두고 정부에 항의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국회 계단에서 '론스타 먹튀' 방조를 두고 정부에 항의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결과 예단 어려워…지연 이자, 소송비용 부담할 수도

중재 소송 내내 론스타는 6조원 규모의 배상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는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양측이 팽팽히 맞서왔기 때문에 선고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은 지난해 9월 론스타 사건 대응 현황 브리핑을 통해 “론스타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증거의 양이 많아 100% 승소 (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정부는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별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등에선 ISDS가 론스타의 주장 중 일부를 인용해 6조원보다 적은 규모의 배상액을 책정하는 수준에서 판정을 내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패소할 경우 정부는 이자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제분쟁 소송에서 정하는 법정 이자율이 있는데, 이는 시장금리를 크게 상회한다”며 “중재판정부가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얼마나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송 비용 중 일부를 정부가 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선고가 나올 시 관계부처 TF를 중심으로 판정문을 분석해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선고 후 120일 이내에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 등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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