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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 北 경제압박 논의”…‘코인’ 해킹, 예고하고 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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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북한의 핵 고도화 문제를 논의할 이날 회의에선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독자 제재 방안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북한의 핵 고도화 문제를 논의할 이날 회의에선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독자 제재 방안이 주요 의제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대응이다. 특히 3국 정상은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을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삼는 등 연합 독자 제재 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 해킹 그룹이 전 세계 암호화폐거래소·투자은행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해킹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8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되는 자금을 빼앗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북한 정권의 수익원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타깃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줄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 속도를 늦추거나 막겠다는 압박수다.

예고하고 때리는 '암호화폐 독자 제재'  

이미 한·미 양국은 설리번 보좌관이 언급한 ‘새로운 타깃’으로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독자 제재 문제를 논의해 왔다. 지난 5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관련 논의가 시작됐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오며 제재안 마련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에 앞서 미국은 올해 초부터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을 차단하기 위한 독자 제재를 강화해 왔다. 지난 4월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라자루스’ 등이 해킹을 통해 빼돌린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지갑(계좌)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지난달엔 북한이 해킹한 암호화폐를 세탁해 현금화한 ‘믹서’ 업체에도 제재를 가했다.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및 탈취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미국이 암호화폐 분야를 겨냥해 독자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지난 3월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돌리며 제재망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및 탈취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미국이 암호화폐 분야를 겨냥해 독자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은 지난 3월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돌리며 제재망을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약 4억 달러(479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데 이어 지난 3월엔 역대 최대 규모인 6억 2000만 달러(8020억원)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빼돌렸다. 이는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전문화한 결과이지만, 기존 제재망의 그물코가 암호화폐같은 새로운 분야까지는 옭아매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한·일 등 동맹국과 함께 암호화폐 분야에 대한 연합 독자 제재망을 펼치려는 이유다.

촘촘해지는 제재망, 北 자금줄 차단 

결국 북한의 경제를 압박하고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설리번 보좌관의 메시지는 북한을 향한 공개 경고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해킹을 비롯해 북한의 모든 불법적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를 틀어막을 수 있는 정보와 수단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차관은 지난 27일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제공]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차관은 지난 27일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 협의를 가졌다. [외교부 제공]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를 총괄하는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차관이 방한해 북핵 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면담하고,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 문제를 공론화한 것 역시 비슷한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정부 주요 인사의 방한 시 언론 인터뷰를 대북 메시지 발신 창구로 활용해 왔다.

다음달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한·미 연합 독자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북한의 수익원을 차단할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하고, 옐런 장관은 한국의 금융감독 기구와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의 방한은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에 관여한 기관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임을 시사한다.  

사실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연합 독자 제재 구상은 북한의 대화 복귀를 강하게 요청하는 메시지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제재 문제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3국 정상의 압박 논의가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접근을 막으려면 북한이 먼저 대화 테이블에 나와 앉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읽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지난 9일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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