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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대명' 짙어지자…야당, 이번엔 '당대표 힘빼기' 싸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8ㆍ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힘 빼기’ 논의가 친명(친이재명)ㆍ비명(비이재명) 갈등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불출마’를 압박하던 비명계의 공세에도 이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은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당내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흐르자 비명계가 당 대표 권력 약화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민주당 워크숍이 열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민주당 워크숍이 열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29일 공개된 쿠키뉴스ㆍ데이터리서치의 ‘민주당 대표 적임자’ 여론조사(27일)에서 1위(33.7%)를 기록했다. 2위 김부겸 전 국무총리(18.9%)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적임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표. ARS 여론조사(무선 99%, 유선 1%)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6.3%,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쿠키뉴스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적임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표. ARS 여론조사(무선 99%, 유선 1%)로 진행했으며, 응답률은 6.3%,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쿠키뉴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지도체제를 둘러싼 친명(단일성)ㆍ비명(집단) 간의 싸움은 지난 28일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단일성 지도체제 의견이 우세하다”고 밝히며 친명계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자 비명계에선 형식상으로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론 집단지도체제를 만드는 절충안을 대안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전준위 당헌당규당무발전분과(분과장 조승래 의원)에서도 “현재 최고위원은 아침 회의에서 모두발언밖에 안 하지 않느냐”(비명계)며 당 대표 권한을 최고위원에게 나누자는 주장과 “봉숭아학당을 만들자는 거냐”(친명계)는 현행 유지 주장이 맞붙고 있다. 전준위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쟁점은 크게 3가지다.

공천권ㆍ당직자 임명권ㆍ최고위원 지명권…줄줄이 힘 빼기

①공천권=현행 당헌ㆍ당규상 이 의원이 당선할 경우 2024년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 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당규 10호 4조)는 규정때문이다. 검증위(선거 150일 전까지 설치)는 전략공천관리위(선거 120일 전까지 설치)보다 앞서 국회의원 후보자 자격 심사를 맡는 공천의 핵심 기구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전준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래서 비명계에선 규정 중 ‘심의’라는 단어를 ‘합의’로 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 전준위원은 “심의라는 건 뜻도 애매하고 구속 능력이 없어서 사실상 당 대표가 혼자서 위원장과 위원을 뽑을 수 있다”며 “이를 ‘합의’로 고쳐서 최고위원들의 주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최고 권한은 최고위원과 분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날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이재명 출마하지 마라’ 등 온갖 얘기를 하다가 안 되니까, 마지막 꼼수로 변형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②당직자 임명권=현재 당 대표에 있는 사무총장ㆍ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 임명권을 두고서도 양측이 부딪히고 있다. 구체적으론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당헌 38조 2항),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당헌 44조 2항)는 문구에서 ‘협의’를 ‘합의’로 바꾸자는 논란이다.

이낙연 전 대표(왼쪽)는 당 대표 시절 측근인 박광온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시 이낙연 대표와 박광온 사무총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낙연 전 대표(왼쪽)는 당 대표 시절 측근인 박광온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시 이낙연 대표와 박광온 사무총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오종택 기자

사무총장은 당 재정권을 쥐고 당원 명부를 관리한다. 또 정책위 의장은 당의 정책과 공약ㆍ강령 등을 다루는 자리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가 최측근을 이 자리에 임명해 당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협의를 합의로 바꾸면 최고위원들의 동의가 필수가 된다. 당 대표가 마음대로 임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전날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과 자리 챙기기만 해서 여론이 나쁘다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민주당은 ‘권력 나눠 먹기’ 할 때가 아니다”라고 썼다.

③최고위원 지명권=당 대표에게 지명 권한이 있는 최고위원 자리를 줄이자는 논의도 쟁점이다. 당헌 26조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7명의 최고위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최고위원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과 “당 대표가 지명하는 2명”으로 이루어진다. 지명 권한을 통해 당 대표가 각종 의결에서 최소 3분의 1(본인+지명직 2명)의 의결권을 보장받는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이낙연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전준위 관계자는 “지명직 2명을 1명으로 줄이자는 논의가 있다”며 “순감시켜 최고위원회 구성을 8명으로 줄일지, 아니면 선출직을 6명으로 늘릴지는 더 논의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 초선 의원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 중심의 리더십이 핵심”이라며 “최소한의 의결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자칫 식물 대표가 될 수도 있다”라고 반발했다.

전준위는 고심 중…“좀 더 숙의 필요”

전준위는 29일에도 분과 회의와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사항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회의 후 전용기 대변인은 최고위 권력 재배분과 관련해 “과거 전준위에서도 있었던 논의이며, 이번에 꼭 개정될 거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친 다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도체제에 대해선 전 대변인은 “다음 주 월요일에 의결하지 않을까 한다”며 “(룰 세팅) 최종 목표 시기는 7월 초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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