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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정부 '폭탄' 이메일 받고 대피소동…"러 유력한 범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출발한 화물 열차가 리투아니아 서부 국경 근처인 키바르타이 철로를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철도 당국 서버가 지난 27일 친러시아 해커 단체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에서 출발한 화물 열차가 리투아니아 서부 국경 근처인 키바르타이 철로를 지나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철도 당국 서버가 지난 27일 친러시아 해커 단체로부터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정부 기관과 법원·경찰서 등이 '폭탄 위협' 이메일을 받은 후 전산시스템과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경찰 당국은 '폭탄 위협' 이메일이 이날 최소 12곳의 정부 기관에 발송됐고 급하게 대피 작업이 이뤄졌지만, 다행히 '가짜'였다고 밝혔다. 또 해당 이메일을 전부 조사한 결과 모두 동일한 야후 계정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야후 측으로부터 더 상세한 정보를 받아 분석할 예정이지만, "러시아를 유력한 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로 가는 화물 운송을 제한한 것과 관련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NYT는 "러시아가 화물 운송 제한에 대한 보복으로 발트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인 리투아니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엔 리투아니아 정부와 민간 부문 등에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이 있었다고 리투아니아 매체 LRT가 전했다. 이로 인해 외무부와 국세청, 국영 철도 회사 등의 서버가 다운됐다. 리투아니아 국방부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KSC)는 "지난주부터 디도스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데, 27일에는 공공 부문에서 대규모 공격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며칠간 통신·에너지·금융 분야 등에 유사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리투아니아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는 '킬넷(Killnet)'이라는 친러시아 해커 단체가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킬넷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킬넷은 "리투아니아가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 운송을 대폭 제한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1652개 웹 리소스를 파괴했는데, 화물 봉쇄를 해제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LRT에 따르면 킬넷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되어 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리투아니아는 지난 18일부터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 대상인 석탄·철강·건설자재·금속·콘크리트·첨단공학 제품 등에 한해서 리투아니아 경유 운송을 중단했다. 이에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며 보복 움직임을 보였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리투아니아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모종의 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리투아니아의 상황에 대해 "러시아가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침공하기 한 달 전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가짜 폭탄 위협을 가해 공포심을 심어 공황 상태를 조성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단, 리투아니아와 나토는 아직 러시아가 군사 행동을 준비하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칼리닌그라드행 화물 운송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리투아니아와 러시아의 마찰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EU 고위 관리를 인용해 "양국의 갈등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EU 제재 물품 중 러시아 본토에서 리투아니아를 경유해 칼리닌그라드(러시아 영토)로 가는 게 확실한 경우 운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28일 LRT와 인터뷰에서 "침략자에게 양보한다면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조장할 것"이라면서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 제재 이행에 예외를 두면 잠재적으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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