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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강댐 또 무단방류 하나 불안해요”…연천 주민들 긴장

중앙일보

입력

“불안해서 밤잠을 설쳤어요. 북한 황강댐에서 또 무단방류를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느라….”

29일 오전 만난 경기도 연천군 주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연천 지역에서는 이날 0시에서 오전 6시까지 호우예비특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더 큰 걱정은 북한 지역에 수일째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북한 황강댐이 불시에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집중호우 시 황강댐 방류하면 연천은 물난리”

한강홍수통제소는 전날인 28일 오후 10시 40분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29일 새벽 집중호우로 연천군 필승교 수위가 7.5m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관심’ 단계 위기경보를 발령한다”며 강가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다행히 이날 오전 북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는 없었다.

29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29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이와 관련,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장마철 집중호우 시 우리 측 임진강 수위가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 북한 황강댐이 예고 없이 무단 방류할 경우 연천 등 접경지역은 심각한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밤새 가슴 졸이며 임진강 수위 변화만 지켜봤다”고 말했다.

연천 주민들, 밤새 임진강 수위 지켜봐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하천인 임진강은 북한에 강 상류가 있다. 유역의 3분의 2가 북한에 속해 있어서 남북 간 댐 운용 정보 교환이 매우 중요한 하천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연천주민들의 이런 우려는 북한 황강댐(총 저수량 3억5000만t)과 연천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 총 7100만t) 간 거리가 57㎞로 가깝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2.3㎞ 거리에 있는 임진강 황강댐에서 방류하면 불어난 물은 1시간 정도면 남측에 다다른다. 게다가 만조 시간이 겹쳐 하류 물이 빠지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진다. “주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하는 이유다.

연천 군남댐, 북한 황강댐 규모 5분의 1

이 대표는 “우리 측은 북한 황강댐 대응용으로 군남댐을 건설해 2010년부터 가동하고 있지만, 집중호우 때 저수 용량이 5배나 큰 황강댐 방류가 겹치면 군남댐으로는 홍수조절 기능을 수행하기 역부족이다”며 “이런 이유로 큰비만 내리면 북한에서 내려오는 임진강 물의 수위만 바라보며 긴장해야 하는 처지”라며 답답해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는 “북한 당국은 남북이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하고 사전에 댐 방류를 통보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즉시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측은 이런 남북 간 합의를 2010∼2013년 몇 차례 지켰지만, 이후 사전 통보 없이 무단 방류를 하고 있다.

그동안 황강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연천·파주 지역의 피해가 잇따랐다. 2009년 황강댐 무단 방류로 야영객 6명이 숨졌고, 이후에도 해마다 야영객 대피, 어선 유실 및 어구 손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8월에는 주택 71가구가 침수되고 군사시설 141곳과 하천 44곳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8일 장마철을 대비해 임진강 수해방지시설 방문,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 통일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8일 장마철을 대비해 임진강 수해방지시설 방문,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다. 통일부

권영세 장관, ‘댐 방류 시 사전 통보’ 요구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장마철을 맞아 군남댐 등 접경지 시설을 방문했다. 권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측에 ‘댐 방류 시 사전 통보’를 요구했다. 통일부는 권 장관의 이번 방문 배경에 대해 “한반도가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최근 북한 기상 당국은 북한 지역의 폭우 및 호우경보를 발효했으며 이런 영향으로 우리 측 군남댐 수위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9월 황강댐 무단 방류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국회 국방위(위원장 김학송의원) 소속 국방위원들이 북측의 황강댐 방류 시 초병이 임진강 수위 상승 사실을 처음 인지한 휴전선 접적지역인 임진강 상류 필승교를 찾아 수자원공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가운데 당시 작동하지 않은 원격단말장치와 CCTV가 다리 밑 수위 표시선을 내려다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9월 황강댐 무단 방류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국회 국방위(위원장 김학송의원) 소속 국방위원들이 북측의 황강댐 방류 시 초병이 임진강 수위 상승 사실을 처음 인지한 휴전선 접적지역인 임진강 상류 필승교를 찾아 수자원공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가운데 당시 작동하지 않은 원격단말장치와 CCTV가 다리 밑 수위 표시선을 내려다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홍수통제소와 연천군, 군남홍수조절댐 상황실에 따르면 필승교 수위는 전날 밤 9시 40분 6.25m까지 상승한 뒤 이날 오전 5시 50분 5.83m로 낮아졌으나 오전 11시 50분 다시 6.33m로 상승하는 등 6m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연천 임진강 일대에는 지난 27일과 28일 각각 필승교 수위가 1m와 2m를 넘어서며 ‘하천 행락객 대피’와 ‘비홍수기 인명 대피’가 발령된 바 있다.

임진강 유역은 필승교 수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수위가 1m를 넘어서면 하천 행락객 대피, 2m는 비홍수기 인명 대피, 7.5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 단계, 12m는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 단계가 각각 발령된다.

필승교 10㎞ 하류에 있는 군남댐 수위는 29일 오전 11시 50분 기준 수위는 29.9m로 전날 오전 4시 30분 26.8m보다 3m 이상 높아졌다. 군남댐의 계획홍수위는 40m다. 계획홍수위란 홍수가 났을 때를 가정한 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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