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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출산포기, 아이 낳겠다던 여성 25%만 2년내 출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뉴스1

아이를 낳겠다던 여성 넷 중 한 명만 실제 2년 내 출산을 했다. 자녀를 가질 계획을 가졌다가 접는 ‘출산 포기족’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었다.

29일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통계플러스 2022년 여름호’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연구는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2016년 조사에서 2년 이내에 출산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여성 192명 가운데 실제 2018년까지 아이를 낳은 여성은 48명(25%)에 그쳤다. 28명(14.6%)은 ‘출산을 연기했다’고 밝혔고, 58명(30.2%)은 ‘모르겠다’고 했다. 나머지 58명(30.2%)은 아예 ‘출산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2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던 여성 셋 중 한 명꼴로 출산을 단념했다는 의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년 주기로 진행한 ‘여성가족패널’ 조사 기초 자료를 다시 분석한 결과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다고 답한 후 실제 2년 안에 출산을 한 비율은 2010년 32.1%, 2012년 27.9%로 줄었다가 2014년 32.1%, 2016년 33.9%로 늘어나는 듯했다. 그러다 2018년 다시 25%로 꺾였다. 여성가족패널 조사 시작 이후 역대 최저 수치다.

반대로 출산 포기 비율은 늘었다. 2010년 26.6%, 2012년 24.9%, 2014년 26.5%, 2016년 22.6%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8년 30.2%로 상승했다.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도 포기하는 사람이 최근에 많이 늘었는데, 그만큼 임신ㆍ출산ㆍ보육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희망하던 것보다 더 적은 수의 아이를 낳는 경향도 뚜렷했다. 2018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는 평균 2.1명, 기대하는 자녀 수는 1.9명으로 각각 조사됐는데, 그해 실제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은 아이 수)은 1.0명에 그쳤다. 지난해 출산율은 더 떨어져 0.81명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출산 계획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모ㆍ친구ㆍ친척 같은 주변인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아이를 낳으라’고 압력을 가하는지가 중요했다. 본인이 자녀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태도를 가졌는지는 그다음이었다. 반면 사회ㆍ경제적인 상황이나 정부 정책이 출산 계획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한자녀 가구, 무자녀 가구, 비혼 인구가 많아질수록 국내 저출생 현상은 더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저출생이 심해진 원인으로 비혼도 있지만 ‘2년 내 아이를 낳겠다’ ‘자녀를 2명까지 갖고 싶다’는 기혼자의 희망이 실현이 안 되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혼자의 자녀 희망과 현실 간 간극을 메우는 게 정책이 해야 할 일”이라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의견 수렴, 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저출생 정책을 양적으로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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