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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살던 큰부리바람까마귀, 마라도까지 왔다…국내 첫발견

중앙일보

입력

아열대성 조류인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아열대성 조류인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큰부리바람까마귀가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 마라도까지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 조류의 서식지가 국내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10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측과 함께 마라도 철새 조사를 진행하던 중, 큰부리바람까마귀(학명 Dicrurus annectans) 한 마리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라도는 다양한 해양 생물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된 곳이다. 연구진은 이 새가 마라도 내 소나무 숲에서 먹이인 풍뎅이 등을 사냥하는 걸 발견했다.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개체 인식용 가락지를 부착하고 곧바로 방사했다.

몸 길이가 27~29cm인 큰부리바람까마귀는 바람까마귀과에 속하는 종으로,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검은바람까마귀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종에 비해 부리가 크고, 푸른색 광택의 깃털을 가진 게 특징이다. 태국·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 서남부에만 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다.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미기록종인 만큼 정식 명칭이 없어 큰부리바람까마귀라는 가칭을 붙였다.

큰부리바람까마귀 분포권과 국내 발견 지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큰부리바람까마귀 분포권과 국내 발견 지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이번 발견으로 마라도는 이 종이 서식하는 분포권에서 북동쪽으로 가장 멀리 위치한 곳으로 기록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큰부리바람까마귀 한 마리가 본래 서식지인 동남아를 벗어나 마라도까지 온 '길 잃은 새'(미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들이 원래 머물던 곳에서 수백~수천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한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이동 과정에서 방향을 잘못 잡거나 태풍 등 기상 조건에 밀려 멀리 오기도 한다"면서 "이번엔 특별한 기상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동남아 내 월동지로 이동하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마라도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마라도에 등장한 큰부리바람까마귀는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사례일 수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등에 따라 아열대나 열대성 조류가 한국으로 더 많이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 국립생물자원관 측도 분포권 확대 여부 등을 고려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유성 연구사는 "제주 인근 기후변화 등이 큰부리바람까마귀 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열대 지역 조류 분포권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자료 부족으로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이 까마귀도 분포권이 확장되면 몇십년 뒤 국내 남부 지역에서 자주 관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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