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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2번 감으면 벌금 70만원 때린다…이탈리아 최악 가뭄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포(Po)강 보레토 다리 아래로 갈라진 메마른 땅이 드러났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포(Po)강 보레토 다리 아래로 갈라진 메마른 땅이 드러났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고육책으로 이탈리아 북부에선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는 미용사에 고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까지 등장했다고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인근 소도시 카스테나소(Castenaso)의 카를로 구벨리니 시장은 미용실과 이발소에서 ‘이중 머리감기’로 매일 수천L의 물이 허비된다면서 이달 25일 이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효력은 9월까지다.

인구 1만6000명인 카스테나소에선 이발소와 미용실 총 10곳이 영업하고 있다. 시 당국은 위반 사례가 단속되면 최대 500유로(약 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구벨리니 시장은 “개별 고객에게 사용되는 물의 양을 더하면, 수천만L에 이를 것이다. 카스테나소는 작은 도시이지만, 대도시라면 이렇게 허비되는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지침 만료 시한인 9월 전에 이런 조처를 수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상황이 정말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스테나소가 속해 있는)에밀리아-로마냐 주의 경작지에 필요한 저수량이 오는 29일분까지만 확보돼 있다”며 “7월부터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 당국이 내놓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수도를 계속 틀고 있으면 1분당 13L의 물이 소비되며, 누군가의 머리에 샴푸를 칠하고 헹궈내는 작업을 두 차례 반복하는 데는 최소 20L의 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침에 카스테나소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는 “다소 말이 안 되는 조치”라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1번 헹구는 걸로는 부족하고, 손님의 머리가 너무 지저분할 경우에는 2번 머리를 감기지 않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겨울부터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탓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이 말라붙으면서 이탈리아 북부에는 물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각 도시들은 앞다퉈 물을 아끼려는 움직임이다. 북부 최대 도시이자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의 경우 물 절약을 위해 공공 분수대의 스위치를 잠근 것을 비롯해 상당수 도시가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물 배급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관광객들이 공중분수의 물을 페트병에 채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밀라노 시장이 토요일 공공 장식용 분수를 끄고 수도에 살수기를 제한하는 조례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관광객들이 공중분수의 물을 페트병에 채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지역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밀라노 시장이 토요일 공공 장식용 분수를 끄고 수도에 살수기를 제한하는 조례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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