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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편들다 나토에 찍힌 중국..."유럽이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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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으로 초점을 넓히면서 새로운 전선이 그려지고 있다."(포린폴리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유럽을 화나게 만들었다."(포린어페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회담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회담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편을 든 점이 결정적으로 유럽이 중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으며 이는 나토가 중국으로 전선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해 '신(新)냉전 구도'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토는 미국·유럽 중심의 집단안보체제다.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12년 만에 새롭게 내놓는 '전략 개념'에 중국의 도전을 명시할 예정이다. 회원국 간 수위에 이견은 있으나 향후 10년간 나토의 우선순위가 담기는 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다루는 건 처음이다. 

"나토, 아시아서 루비콘강 건넌다"    

28일 포린폴리시(FP)는 '우리는 글로벌 냉전 속에 있다'는 제하의 분석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유럽의 중국 접근법'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그간 유럽을 넘어 중동·아프가니스탄으로 확장해 왔는데, 이번엔 아시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전했다. 나토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맞설 준비를 한다면서다.  

이전까지 유럽은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란 미국의 요청에도 이를 거부해왔으며 특히 앙겔라 메르켈 집권 당시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애썼다고 매체는 전했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국기가 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국기가 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주요 7개국(G7)은 지난 26일 독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해외 인프라 개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에 2027년까지 6000억 달러(약 769조 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과 20일 앞둔 지난 2월 4일 베이징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토의 확장을 중단하란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을 연구해 온 유명 학자이자 작가인 이안 존슨은 '중국은 유럽을 잃었나'는 제하의 포린어페어스 칼럼에서 "나토의 확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란 러시아의 주장을 중국이 지지하는 것에 많은 유럽 정상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 4월 유럽연합(EU)과 중국 고위 관리들과의 화상 회담이 유럽의 화를 끓어오르게 했다고 평했다. 당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자국의 역할론에 대한 대화를 피했다며 "귀머거리와의 대화 같았다"고 비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유대 관계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지 못하고, 나토와 서방에 관한 많은 거짓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다, 이전보다 더욱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28일 한자리에 모인 G7 정상.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28일 한자리에 모인 G7 정상. 왼쪽부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中, 유럽과 멀어진 3가지 이유..."새로운 전선 형성"  

지난 10년간 중국은 중·동부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덜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지역으로 여겼다.

또 일부 유럽 국가들에게 중국은 대규모 투자 잠재력을 갖춘 강력한 파트너였다. 중국은 2012년 체코·폴란드·크로아티아 등 중·동부 유럽 16개국과 '16+1' 협력체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유럽 지역 등에서도 일대일로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거대한 목표에 비해 실행된 것이 거의 없어 유럽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릴 스페인 마드리드. EPA=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릴 스페인 마드리드. EPA=연합뉴스

존슨은 이런 와중에 발트3국 중 하나인 인구 280만 명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자 중국이 리투아니아에 수출입을 금지하는 보복을 가한 일이 중국으로부터 유럽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타였으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멀어져가는 유럽의 마음을 잡기 위해 지난 4월과 5월 중·동유럽의 8개국에 특사까지 파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러시아는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지만, 중국은 다면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FP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점에 주목했다. 서방이 동맹 우방국을 한자리에 모아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매체는 "서방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은 중국·러시아·북한·벨라루스 등과 반대편에 서게 됐다"며 "이 새로운 전선은 수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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