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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키워드로 읽는 2022 칸 국제광고제 결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주(20~24일)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는 '광고계의 칸 영화제'라 일컫는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 광고회사와 브랜드 마케터뿐 아니라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 IT 기업도 참여하는 미디어 축제죠.

칸 라이언즈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칸 라이언즈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유료 구독자가 1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도 5일간 온라인으로 축제 여정을 쫓아 가봤습니다. 칸 바닷가를 거닐 순 없었지만, 디지털로 광고제 구석구석을 참관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습니다.

# 전쟁에 맞서는 광고 크리에이터 
우리의 관심은 이미 식었을지 모르지만, 올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칸에 모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하나가 됐습니다.

칸 라이언즈는 올해 러시아 참관단과 출품작을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모든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은 작품 출품비를 포함해 전액 무료로 칸 라이언즈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계가 어려운 우크라이나 광고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인재 명부(talent directory)를  만들어 일자리 얻을 기회도 주고 있죠. 이 플랫폼에 프로필을 올리면 인재가 필요한 회사 혹은 개인과 직접 접촉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힌 2022 칸 라이언즈 선언. 사진=칸 라이언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힌 2022 칸 라이언즈 선언. 사진=칸 라이언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광고제 첫날 열린 '폭탄 속 창작이란(Creativity Under Bombs)' 세션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는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여해 전 세계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올해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합니다(Backup Ukraine)'입니다. 유네스코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버추 월드와이드 뉴욕이 이끈 이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우크라이나 내 문화유산의 앞, 뒤, 좌, 우 등을 휴대폰으로 찍어 특정 앱에 올리면 기존에 업로드된 사진과 조합해 실사에 근접한 3D 입체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말살하는 비문명적이고 폭력적이면서도 손쉬운 방식이 문화유산 파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쟁의 고통 속에서 개인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이 어떻게 한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내는 힘이 되는지를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2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Backup Ukraine' 영상 일부. 사진=유네스코

2022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Backup Ukraine' 영상 일부. 사진=유네스코

# 칸 국제 광고제에 등장한 넷플릭스 
2년 전부터 칸 라이언즈에는 정통 광고기업 외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 IT 기업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잘 만든 디지털 광고를 실어 널리 확산하는 데 적확한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IT 기업 역시 각자 나름대로 ‘광고 효율성 최적화’ 장점을 내세우며 광고주와 광고 기획자 등의 이목을 끄는데 바빴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선점하는 게 자사의 영업이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올해 칸 라이언즈의 핵심은 '넷플릭스'였습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열렸던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와 관련한 대담에서 건넨 발언 때문인데요. 원하는 콘텐트를 원하는 시간에 '광고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세를 확장한 넷플릭스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광고 영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테드 서랜도스(오른쪽)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열렸던 2022 칸 라이언즈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칸 라이언즈 디지털 영상 캡처

테드 서랜도스(오른쪽)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열렸던 2022 칸 라이언즈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칸 라이언즈 디지털 영상 캡처

사실 이 계획은 지난 4월 넷플릭스의 1분기 사업실적 발표 때 처음 언급이 됐는데요. 넷플릭스의 1분기 유료가입자 수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매출 둔화세를 보이자 광고 지원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죠. 광고제 동안서랜도스 대표는 팀을 꾸려 구글 뿐 아니라 미국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로쿠 등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광고 사업 파트너십을 논의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아마존, 디즈니 등 넷플릭스 경쟁사들은 이미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에 광고를 넣고 있는데요. 광고가 붙는 대신 이전보다 더 싼 요금을 내게 하거나 아예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업계 1위가 후발주자들의 전략을 뒤따르는 셈입니다.

넷플릭스까지 OTT 광고 전쟁에 가세하면서 광고주와 광고기획자, 브랜드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타겟팅(목표 설정) 광고 역시 좀 더 세밀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산도 많은데요. 현재 OTT 광고만을 위한 규제는 사실상 없어  광고 효과 측정은 물론 소위 좋은 광고, 나쁜 광고를 분류하는 잣대가 불분명합니다. 측정법에 따라 트래픽이 많은 것처럼 눈가림할 수도 있다는 거죠. 디지털 광고 시장의 대세가 된 OTT 업계가 어떻게 나아갈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우유로 묻는 따뜻한 안부 인사 (feat. 한국 기업 수상 쾌거)
올해 칸 라이언즈는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따뜻한 방향으로 이끈 작품에 더 큰 갈채를 보냈습니다.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지난 2003년부터 독거노인의 안부를 묻는 후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전날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혹여 있을지 모를 사고나 고독사를 대비해 관공서나 가족에게 긴급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우유 그 자체도 어르신의 고른 영양 섭취에 매우 필요한 식품이고요.

매일유업은 지난 2016년 이 사업에 합류한 뒤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캠페인의 선한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일유업은 디지털 광고회사 이노레드와 손잡고 '우유안부(Greeting Milk)' 광고를 기획했는데요. 이 광고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 은사자상에 이어 PR 부문 동사자상을 받는 등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사진=2022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 캡처

사진=2022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 캡처

#미리 보는 소비자 트렌드
칸 라이언즈에는 해마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컨설팅회사 또는 마케팅 관련 업체들이 별도 세션을 마련해 키워드를 던지기도 합니다. 올해는 글로벌 트렌드 예측회사 WGSN이 내놓은 소비자 트렌드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 중 'Awe(경외감)'이라는 단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를 지나오며 작은 것,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감각을 연구하는 사학자 마크 스미스는 코로나 이후 다수가 '감각혁명(Sensory Revolution)'을 겪었다고 얘기하는데요. 우리 마음은 여러 사람, 여러 사물과 직접 교류하며 오감(五感)을 제대로 사용할 때 점차 진화하고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단절을 경험하며 이 오감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일상으로 조금 복귀하고 있는 요즘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며 느끼는 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깨닫고 있지요.

같은 일출, 일몰을 보고 숲을 거닐어도 코로나 이전과 느끼는 감각은 다를 겁니다. 모든 게 귀하고 동시에 이 시간이 또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3년 전이라면 그냥 지나칠 일상에 'Awe(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브랜드의 성장을 고민하는 이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와 마케팅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이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WGSN의 조언입니다. 오감으로 일상의 작은 순간을 호흡할 수 있게 커뮤니티(교류의 장)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호흡하는 게 핵심이라는 말이지요.

사진=칸 라이언즈

사진=칸 라이언즈

#멋지고 아름다운 게 전부는 아니다  

"그냥 멋지고 아름다운 광고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의미 있는 걸 만들고 싶죠.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구심점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려면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살펴야죠. 그리고 그 일을 창작의 연료(fuel)로 삼아야죠" 

칸 광고제에선 하루를 정리해주는 영상을 띄워줍니다. 현장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현장 인터뷰도 선별해서 넣어서요. 그 중 'Voice Matters'의 취지와 꼭 들어맞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비크닉 독자 여러분께 전해봅니다.

Bic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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