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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전망' 사상 최대폭 올랐다…한은, 돈줄 더 바짝 죄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르는 물가에 금리 수준이 더욱 오를 것이란 소비자의 전망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르는 물가에 금리 수준이 더욱 오를 것이란 소비자의 전망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뉴스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금리가 더욱 오를 것이란 소비자 전망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각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 여파로 소비 심리는 두 달 연속 움츠러들었다. 물가의 거침없는 하이킥에 한국은행이 앞으로 긴축의 고삐를 더욱 세게 쥘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한은이 29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를 기록했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4%대를 눈앞에 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3.3%)보다 0.6%포인트 뛰면서 상승 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진 것은 국내외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탓이다. 올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면전 장기화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병목현상이 길어지면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제 유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향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목한 품목(중복응답) 중 석유류 제품(82.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농·축·수산물(44.2%)과 공공요금(31.4%) 순이었다. 국제 식량 가격 상승과 다음달 전기료 및 가스료 인상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이지만, 현재 물가 흐름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병목현상 등 해외 요인에 더해, 최근 개인 서비스 요금 등 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가 높아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도 강해졌다. 이번 달 금리수준전망CSI는 149로 한 달 전(146)보다 3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 영향이다.

금리와 물가가 뛰면서 지값이 얇아진 탓에 소비 심리는 위축됐다. 이번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를 기록해 한 달 전(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CCSI가 장기평균선(100)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CCSI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21년 12월)를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한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Fed의 긴축 관련 소식에 더해,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경기둔화 요인이 커진 데다,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장기평균선인 10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한은도 긴축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이 나타날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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