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트 쉬어도 온라인배송 된다…44개 규제 깬다는 공정위

중앙일보

입력 2022.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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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연일 규제 개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본격적인 규제 없애기에 나선다. 첫 신호탄을 쏜 건 공정거래위원회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업 규제를 강화해온 공정위가 이번 정부에선 규제 혁파에 나섰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때 온라인 배송업무까지 금지하는 규제가 과도하다고 보고 이를 해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규제개혁 신호탄, 44개 과제 선정

28일 관계부처에 대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44개 규제개선 과제를 정하고 규제 소관 부처와 협의에 들어갔다. 시장경쟁을 제한해 기업의 신규진입을 막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규제를 개선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때도 온라인 배송업무는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출입문이 의무휴업일로 닫혀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출입문이 의무휴업일로 닫혀 있다. 연합뉴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자정부터 그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이때 온라인 배송도 함께 금지된다. 법에는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쓰여 있는데 법 조문 상 영업을 온라인 배송업무까지 포함해 해석해서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뿐 아니라 기업형슈퍼마켓(SSM)도 해당 규제 대상이다.

文정부에선 수용 거부 

공정위는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금지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보고 규제 개선에 착수했다. 또 온라인배송 시장이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의 업무영역과 겹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부처와의 협의를 마치면 휴업일에 문을 닫더라도 배송 업무는 평일처럼 할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정부에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당시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통업체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휴업일 당일뿐 아니라 다음날 오전까지 배송 업무를 못 하다 보니 농·축산물 납품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몰의 새벽배송이 오지 않는 지방은 이로 인한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단체급식 입찰 조건도 완화 

정부부처·공공기관의 단체급식 입찰 자격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안건도 44개 규제개선 과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급식의 입찰 자격으로 ‘자체 물류센터 보유’를 필요조건으로 걸고 있는데 이 때문에 소규모업체의 진출이 막혔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건을 삭제하는 방안 등 규제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지금까진 물류센터를 보유한 웰스토리·아워홈과 같은 대형 급식업체 외엔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제한돼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조정실 직원으로부터 권투 글로브를 선물 받은 뒤 '규제 타파' 등을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조정실 직원으로부터 권투 글로브를 선물 받은 뒤 '규제 타파' 등을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규제혁신TF까지 이용

공정위는 매년 일부 규제 개선 작업을 해왔지만, 지난 정부에선 이해관계가 첨예한 규제는 손을 대지 않았다.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44건을 개선 과제로 선정한 것은 정부 차원의 규제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달에만 윤 대통령이 “기업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와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규제 혁신을 통해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규제개혁은 정부 어젠다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심판정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팀장으로 하는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면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제규제심판부를 신설했다. 공정위의 44개 과제가 경제규제심판부를 이용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선정한 규제 개선 과제에 대해 반대하는 부처가 있을 경우 조정을 거쳐 규제심판부 판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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