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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여자 리그 감상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김윤영, 이민진, 이영주(왼쪽부터)

김윤영, 이민진, 이영주(왼쪽부터)

24일(금) 부안 새만금잼버리 vs 섬섬여수.

‘프로’라고 하기엔 너무 어린 소녀 유망주들이 두 팀의 주력이다. 다도해의 섬들을 떠올리게 하는 섬섬여수 팀은 오더가 김은지(15), 이슬주(16), 김노경(20) 순이다. 8팀 중 가장 어리다. 올해 여자기사에게 38승 3패를 거두며 여자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온 김은지가 주장. 하지만 팀은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부안새만금 팀은 김효영(16), 김다영(22), 김민서(15)순이다. 선수 선발식에서 김효정 감독이 프로 2년 차인 무명의 김효영을 첫 번째로 지명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러나 너무 나갔을까. 부안 역시 아직 승점이 없다. 최하위의 두 팀 중 누가 먼저 전패를 벗어날까.

오더는 여수 편으로 보였으나 예상을 뒤엎고 김효영이 김은지를 꺾었다. 김다영이 이슬주에게 졌으나 마지막 대국에서 15세 김민서가 김노경을 이겨 2대1. 부안이 5라운드 만에 1승을 챙겼다. 감격의 첫 승리를 거둔 김효영은 김효정 감독과 눈물 어린 포옹을 했다.

25일(토) 보령머드 vs 서귀포칠십리.

전기 준우승팀 보령머드엔 세계최강 최정이 있다. 보령이 항상 우승 후보인 이유다. 최정은 그러나 개막전에서 주부기사 김수진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3승 1패. 팀도 2승 2패로 겨우 중위권이다. 보령의 오더는 강다정(31) 최정(26) 김노경(19).

이름도 아름다운 서귀포칠십리 팀은 현재 4전 4승으로 리그 1위다. 아기엄마 김윤영(4연승)과 이민진이 팀에 크게 기여했다. 이 두 사람은 12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경력이 있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었지만 칼은 녹슬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예리해졌다.

그러나 이날은 서귀포 주장 조승아가 보령의 강다정에게 대마가 몰사당하면서 승부의 저울추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최정-김윤영 전은 난타전에 역전, 또 역전을 거듭하더니 최정의 압승으로 끝났다. 마지막 대국에서 이민진이 승리했으나 보령이 2대1로 승리.

26일(일) 순천만국가정원 vs 삼척해상케이블카.

4전 4승으로 서귀포와 나란히 1위였던 순천만국가정원 팀은 박태희(28), 이영주(32), 오유진(24) 순으로 오더를 냈다. 주장 오유진은 여자랭킹 2위. 최정에게 막혀있지만 다른 여자기사들의 추격은 결코 허용한 적이 없는 강자다. 오유진 4전 4승, 이영주 3승 1패.

지난 시즌 챔피언 삼척해상케이블카는 4라운드까지 3승 1패로 3위다. 이 팀은 주장 김채영부터 조혜연, 김은선, 김수진 등 선수들 전원이 바둑가족인 이색적인 팀이다. 김채영은 아버지와 동생이 프로기사. 조혜연, 김은선, 김수진은 모두 부부기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 조혜연(37)이 일요일 시합이라 빠지면서 삼척팀은 김은선(34), 김채영(26), 김수진(35) 순으로 오더를 짰다. 최정을 꺾었던 김수진은 이번엔 오유진을 만났다.

첫판에 순천의 이영주가 삼척의 주장 김채영을 꺾었다. 이게 결정적이었다. 곧이어 삼척의 김은선이 박태희를 눌러 1대1. 오유진-김수진의 최종전은 놀랍게도 김수진 우세로 흘러갔으나 후반 오유진이 저력을 발휘해 역전승했다. 밤 11시 넘어 2대1 승리를 확정한 순천은 5전 5승으로 단독 선두가 됐다. 개인 전적도 5연승의 오유진 1위.

지난 주말 열린 NH농협 여자바둑리그를 정리해봤다. 여자리그는 10대의 어린 유망주들, 20대의 정상급 기사들, 30대의 주부 기사들로 나뉜다. 현재는 예상과 달리 김윤영, 이영주, 김수진, 이민진, 김은선 등 30대 주부기사들 활약이 눈부시다. 리그는 아직 초반이지만 주인공은 단연 이들이다. 10대 소녀기사들은 강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꽃봉오리가 터지지 않고 있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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