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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략폭격기, 미사일로 우크라 쇼핑몰 때려 77명 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러시아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에서 순항미사일로 1000여 명이 모인 우크라이나 쇼핑몰을 폭격해 수십 명이 숨졌다. 순항미사일은 오차범위가 수m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해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공격은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26~28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29~30일)와 시기가 맞물린다. 외신들은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의 완전한 고립을 추진하는 서방을 향해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러시아가 기획한 무력시위라고 분석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시의 쇼핑몰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러시아의 Tu-22M3 전략폭격기가 순항미사일을 발사 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레멘추크시의 쇼핑몰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이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러시아의 Tu-22M3 전략폭격기가 순항미사일을 발사 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러시아의 Tu-22M3 전략폭격기 편대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오전 330㎞ 떨어진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의 산업도시 크레멘추크시의 쇼핑몰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당시 쇼핑몰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며 “유럽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defiant) 테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곳은 러시아군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으며, 전략적 가치가 전무하다”며 “지구상에 설 자리가 없어야 하는 완전히 미친 테러리스트만이 그들을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르히크루크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장은 “28일 오전 7시 기준 18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매몰자가 많아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쇼핑몰은 폭격으로 거대한 연기와 화염에 휩싸였다. 출동한 300명의 소방대원이 4시간 이상 진화해 불길은 잡았지만, 희생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동부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곳을 겨냥한 이번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 경제를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심화할수록 러시아의 적대행위도 강화된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서방 정상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대러 제재 추진 와중에 발생했다”면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파트와 학교, 병원, 인프라 시설, 민간 차량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민간인을 죽거나 다치게 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쇼핑센터 폭격

러시아, 우크라이나 쇼핑센터 폭격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이번 폭격을 포함해 러시아의 다른 민간인 살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28일 오후 열기로 했다.

이번 폭격은 G7 정상회의에서 대러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합의한 날 벌어졌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하며,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당국자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G7 정상들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 추진에 합의했다. 가격 상한을 통해 러시아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을 보지 못 하게 하는 게 목표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금 수입 금지 추진에도 합의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27일 크레멘추크시에 있는 무기 저장고가 러시아군의 고정밀 공중 발사 무기 공격을 받았다”며 “서방 무기용 탄약들이 폭발하면서 인근의 기능이 중단된 쇼핑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폭발과 화재는 우크라이나인이 직접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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